국내 판매되는 디젤 수입차들이 지난해 불거진 '연비 부풀리기 논란'과 정부의 까다로워진 연비 검증을 의식해 줄줄이 연비를 낮추고 있다.
12일 에너지관리공단 홈페이지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이달 1일 자사의 준중형급인 골프 1.6 TDI 블루모션 연비를 기존 18.9㎞/ℓ에서 16.1㎞/ℓ(17인치 타이어)로 낮췄다. 이는 중형급 세단 쏘나타와 K5 디젤 모델의 연비인 16.8㎞/ℓ(16인치 타이어)와 16.5㎞/ℓ(17인치)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번에 연비를 낮춘 골프는 유로5 모델로, 1㎞당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기존 101g에서 121g으로 19.8% 증가했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연비 논란 등을 겪은 뒤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처하라는 독일 본사 지시가 있었다"며 "유로6 적용 모델이 조만간 도입되지만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고자 기존 모델의 연비를 고쳐 신고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1월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등 수입차 4개 차종에 대해 연비 부적합 판정을 내리고 과태료를 부과한 바 있다.
폭스바겐뿐만 아니라 다른 수입차 업체들도 유로6가 적용된 디젤 모델을 내놓으면서 연비를 잇달아 낮췄다. 2천㏄급 디젤인 BMW 118d는 기존 18.7㎞/ℓ에서 17.4㎞/ℓ로, 푸조 308 1.6ℓ 디젤 모델은 기존 18.4㎞/ℓ에서 16.2㎞/ℓ로 각각 연비를 조정했다.
수입차 업체들이 재빨리 연비를 하향 신고한 이유는 올 9월 '유로6' 배출가스 규제가 시행되기까지 기존 출시 차량을 한 대라도 더 판매하기 위한 것. 유로 6는 유럽연합(EU)에서 시행하는 '배출가스' 규제 제도다. 우리나라도 대기환경보전법 제46조에 따라 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3.5t 미만의 차량에 대해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을 기존(유로5)보다 50% 넘게(0.18g/㎞→0.08g/㎞) 줄이도록 했다.
새 기준에 맞추지 못하는 차량은 판매할 수 없다. 지난해 9월 이후 출시한 승용차들은 유로6 기준에 맞췄지만 앞서 유로5 기준에 맞춰 출시한 차들은 올해 9월부터 규제 대상이다. 이 때문에 완성차 업계는 기존 차량을 단종할지, 수백만~수천만원을 들여 배출가스 후처리 장치를 적용할지 고심 중이다.
수입차 업체들은 기존 차의 9월 단종을 염두에 두고 그전까지 한 대라도 더 판매하려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연비 부풀리기' 논란이 일면 기존 출시 차 판매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는 만큼 한시바삐 연비를 하향 조정한다는 것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의 연비 검증이 깐깐해지자 업체들이 연비 과장 논란에 휘말리지 않고자 보수적으로 연비를 신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