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책!] 야생초 밥상

입력 2015-07-11 05:00:00

야생초 밥상/이상권 지음/ 다산책방 펴냄

최근 음식문화는 보통 두 가지로 나뉜다. 유기농, 비건(완전 채식) 등 최상급식재료와 요리법을 추구하는 부류와 빠르고 간편하며 자극적인 음식을 먹는 부류다. 가난해서 간편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생긴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위해 웰빙과 로하스 등 생활 전반에 걸쳐 습관을 바꾸는 이들이 생긴 것이다.

40년 전에는 어땠을까? 같은 동네 사람들은 잘살고 못살고를 떠나 다들 비슷한 음식을 먹고살았다. 부자의 음식, 가난한 이들의 음식이 따로 없었다. 누구에게나 허락된 재료를 뜯어다가 각자의 방법대로 요리를 해먹었을 뿐이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추억 속 음식들은 대부분 동네에서 나는 들풀로 만든 음식이다. 누군가 일부러 씨를 뿌리거나 신경 써서 기르지 않아도 저절로 자라난 풀이다. 당연히 농약을 치거나 화학비료를 쓰지도 않았다. 계절마다 햇빛과 물의 영향을 받고, 그 땅의 양분을 먹고 자라 마을 사람들 몸에 좋은 풀이다.

지은이는 배고픈 시절에 먹은 보릿국, 어릴 때 친구들과 밥 말아 후루룩 먹었던 원추리국, 마을 어르신 생신 때만 맛볼 수 있었던 해당화색반 등 소박한 음식에 대한 추억을 이 책에 담았다. 우리나라 들과 논에서 흔히 자라는 풀들도 훌륭한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옛날 사람들이 주로 먹었던 음식과 조리법에는 다 이유가 있고, 지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한 번쯤은 꼭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거기에다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사진이 더해져 눈을 즐겁게 한다. 수년간 야생에서 자라는 풀과 꽃의 모습을 단계별로 촬영해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듯 식물들의 삶을 볼 수 있다. 272쪽, 1만3천원.

최재수 기자 bio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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