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행자 배려하는 자전거 문화 정착시키자

입력 2015-07-09 05:00:00

대구 동구 검사동 동촌 해맞이다리에 자전거가 쌩쌩 달리고 있다. 다리 입구엔 '자전거에서 내려 손으로 끌고 걸어갑시다'란 표지판이 내걸려 있지만 자전거 라이더들은 아랑곳 없다. 내리기는커녕 보행자 사이를 누비고 지나는 자전거를 보는 것도 흔한 일이다. 보행자는 불안하기 그지없다. 마주 보고 달려오는 자전거는 그나마 조심이라도 할 수 있어 다행이다. 뒤에서 소리 없이 다가와 휑하니 지나가는 자전거를 대하면 노약자들의 간담은 서늘해진다.

실제로 접촉사고도 잦다. 해맞이다리 위 중간지점은 두 개의 탑이 설치돼 갑자기 다리 폭이 6m에서 2m로 좁아진다. 질주하던 자전거가 보행자와 맞닥뜨리면서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하면 사고로 이어진다. 특히 주말이 되면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이 몰려와 자전거를 탄 채 줄지어 다리를 건너기 일쑤다. 도로 위 약자인 보행자의 보행권은 당연히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자전거는 현행 도로교통법상 엄연히 차로 분류된다. 사고가 나면 자동차 사고 때와 같은 처벌을 받는다는 뜻이다. 횡단보도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지날 수 없고, 반드시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지나가야 한다. 인도에서 사람과 충돌 사고 시에는 무조건 자전거 과실이다. 인도를 걸어가는 보행자를 충격해 부상을 입힌 경우도 교통사고 처리특례법 위반에 해당돼 합의를 하더라도 처벌받는다.

그럼에도 해맞이다리를 비롯한 횡단보도 등에서 자전거를 끄는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은 자전거 라이더들의 준법의식 부재에다 시민의식 결여 때문이다. 단속도 필요하지만 단속이 능사인 것만은 아니다. 보행자들을 배려하려는 자전거 라이더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먼저다.

먼저 자전거 동호회부터 걷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규정된 곳에서는 자전거를 끌고 가겠다는 질서의식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 자전거 동호회원이 먼저 다리 구간에서 자전거를 끌고 가는 모습을 솔선수범해야 한다. 해맞이도로건, 횡단보도건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것은 하나의 습관이다. 이제 습관을 바꿀 때가 됐다. 잘못된 습관을 바꾸면 서로를 배려하는 아름다운 사회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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