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서 공연 김정화 씨 매주 오카리나·바이올린 선율
"여행의 감동이 배가 된 것 같습니다.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네요." 서울에서 온 관광객 이재운(50) 씨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얼굴엔 진한 만족감이 묻어났다. 지난달 24일 오후 울릉군 사동의 한 게스트하우스 로비에서 펼쳐진 하우스콘서트를 보고 난 직후였다. 연주자이자 공연을 기획한 김정화(43) 씨는 "가장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울릉도를 찾은 관광객에게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했다.
김 씨는 이날 오카리나와 바이올린 연주를 들려줬다. 관객과 연주자 사이 거리는 5m를 채 넘지 않았다. 오카리나를 부는 숨소리, 바이올린 현과 활의 마찰음마저 생생한 거리였다. 14명의 관객은 친구 집에 놀러 온 듯 작은 로비에 둘러앉아 편안히 연주를 감상했다.
레퍼토리는 다양했다. 대중적인 클래식 곡부터 영화음악 가곡 동요까지, 준비한 8곡이 끝나자 관객의 앙코르 요청이 이어졌다. 공연은 5곡의 앙코르 연주가 이어진 뒤에야 마무리됐다.
김 씨는 지난달 3일 처음 하우스콘서트를 열었다. 이후 매주 한 번씩 공연을 펼쳤다. 첫 회 2명의 청중이 전부였던 콘서트는 이제 인근 주민도 여럿 찾을 만큼 소문이 났다.
음향장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열리는, 이른바 '하우스콘서트'와 유사한 공연 형식은 요즘 드물지 않다. 그러나 문화적 여건이 좋지 않은 울릉도에선 '낯선' 문화다. 이날 연주회를 찾은 주민 박수동(45) 씨는 "하우스콘서트 형식의 작은 연주회가 울릉도에서 열린 것은 아마 처음일 것"이라고 했다.
김 씨는 20년 가까이 대구에서 전문 연주자로 활동한 바이올리니스트다. 지난해 초 고향으로 귀농한 남편을 따라 울릉도에 정착했다. 김 씨는 "귀농을 결심할 즈음 작은 연주회에 대한 생각을 어렴풋이 그려왔었는데 예상보다 빨리 시작하게 됐다"며 웃었다.
김 씨는 연주회 시간이 1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준비한다. 그러나 관객의 호응이 커 시간을 넘기기 일쑤다. 이날 연주회도 1시간 30분 이상 이어졌다.
콘서트는 울릉도 여행객들의 네트워크 역할도 한다. 관객들은 공연이 끝난 뒤 와인을 곁들인 간단한 음식을 맛보며 서로 여행 경험을 나눴다. '어느 곳에 가보니 좋더라'는 식의 이야기부터 '개발과 보전'에 관한 토론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2주 후인 7일 오후, 이곳에선 6번째 공연이 펼쳐졌다. 김 씨는 지금처럼 작은 연주회를 오랫동안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30대 후반 무렵부터 꾸준히 치료를 받고 있는 왼팔 관절에 또다시 무리가 생긴 탓이다.
"여행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살아가는 힘을 얻기 위해 울릉도를 찾는 이들에게 작은 위안과 추억이 됐으면 합니다." 김 씨의 소박한 바람이다.
울릉 김도훈 기자 h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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