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작가들은 어떻게 글을 쓰는가/루이즈 디살보 지음/ 정지현 옮김/ 도서출판 예문 펴냄
국내 최고 인기 작가인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이 좀처럼 숙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신 작가의 표절 논란은 지난 2000년에도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단순히 작가 개인의 도덕적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같은 표절(논란)이 반복적으로 가능케 된 '문화권력'과 '주례사 비평' '침묵의 카르텔' 등 한국문단 전반에 대한 비판과 반성을 촉구하는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작가들이 표절이나 표절 논란에 휩싸이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그만큼 좋은 글을 쓰는 게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도대체 세계 최고의 작가들은 어떻게 글을 쓸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작가이자 영문학자이며 뉴욕 헌터 칼리지 교수로서 '창의적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는 루이즈 디살보는 수십 년간 글쓰기 과정과 진짜 작가들의 작업 습관을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이 책을 집필했다. 그래서 작가라면 어떤 식으로 글을 써야 한다거나 저자가 어떤 식으로 작업을 한다거나 하는 단순한 이야기를 나열하고 있지 않다.
이 책 속에는 버지니아 울프,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헨리 밀러, 존 스타인벡 같은 클래식 작가들은 물론이고, 조 앤 비어드, 마이클 샤본, 제프리 유제니디스, 이언 매큐언, 도나 타트 등 동시대 작가들의 글쓰기에 관한 일화들이 담겨 있다.
"헨리 밀러의 에는 독서가 작가에게 중요한 이유가 강조되어 있다. 밀러는 느리게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달팽이처럼 느리게 읽는 것이 훨씬 낫고 현명하며 유익하고 풍요롭다. 책 한 권을 읽는 데 며칠이 아니라 1년이 걸린들 무슨 상관이랴'라고 그는 적었다. 그는 토마스 만의 을 일 년에 걸쳐 읽었다. 마치 같이 사는 사람처럼 그 소설과 시간을 보냈다. 밀러는 책을 읽는 방식이 곧 인생을 읽는 방식이라고 여겼다. 만약 책을 무턱대고 읽는다면 인생도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고 글도 그렇게 쓰는 것이다. 느리게, 신경 써서 읽는 법을 배우면 좀 더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으며 글 작업에도 도움이 된다." (-241쪽)
그렇다. 책 속에서는 다양한 작가들의 인터뷰와 일기, 작품 연구 등을 통해 좋은 글은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의 결말을 47가지 버전이나 쓴 후에야 결정했다. 퓰리처상 수상자 마이클 샤본은 를 완성하는 데 5년 가까이 걸렸다. 버지니아 울프는 첫 소설 을 출간하는 데 무려 7년이나 걸렸으며, 살만 루시디는 을 완성하기까지 16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요즘 아마추어부터 프로 작가들까지, 그들이 얼마나 짧은 시간에 많은 글을 써야 한다고 여기는지 생각해보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자기반성이 바쁘게 돌아가며 상업주의에 물든 우리 문단에서 작가들이 집필 활동을 하며 맞닥뜨리게 되는 고립감과 두려움, 자기 의심으로부터 해방시켜 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1장 는 글쓰기 과정의 시작 단계, 주제를 찾고 자신의 작업 방식을 발견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고, 2장 에서는 글쓰기 기술을 배우거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고안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지 살펴본다. 3장 은 인내를 배우고 실패의 두려움을 극복하며 결단력을 기르는 방법을, 4장 에서는 작업으로 복귀하기 전 마음을 가다듬는 법과 질병에 걸렸을 때의 글쓰기 작업에 관해 이야기한다. 5장 에서는 장애물을 이겨내고 작품을 성공적으로 완성하는 방법을 살펴본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다음 작품의 글쓰기 과정을 시작하는 방법에 대한 제안을 담았다. 328쪽, 1만5천원.
석민 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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