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통신] 메르스를 보는 공무원의 시각

입력 2015-07-03 05:00:00

세종시 부처 공직자들은 메르스 때문에 곤경에 처한 공무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남다르다.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지역이 달라도, 사정이 틀려도, 자신의 일처럼 받아들이고 해석한다.

최근 질병 감염을 담당하는 부산시청 공무원이 자살했다. 평소와 다름 없이 출근한 그는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겨두고 집 근처 야산에서 목을 맸다.

이를 두고 부산보다 세종시 공무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기자가 만난 한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충분히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세월호 사건 현장 파견 경력이 있는 그는 "당시 팽목항에 있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울부짖다 못해, 사람도 귀신도 아닌 얼굴로 기약 없이 아이들을 기다리는 부모들의 모습을…. 피해자들은 물론이고 현장 관계자 모두 제 정신일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 프로그램에 따라 심리치료도 받았으나 경미한 우울증이 남아 있다. 부산시 공무원의 자살도 우울증에 따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대구시 첫 메르스 확진 환자가 공무원이란 점에 대해서도 부처 직원들의 관심은 뜨겁다. 일부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하나같이 해당 공무원에 대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 고위 공무원은 "지금까지 콧물이 흘러 코가 다 허물어도, 눈병으로 눈가가 짓물러도, 밤새 마른기침으로 목이 쉬어도, 다음날 출근을 하지 않을 경우 치열한 공무원 조직사회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며 "대구시 공무원도 잔열이 결근의 이유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관성적으로 출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는 다른 지역 말씨를 쓰면 택시도 태워주지 않는다는 말이 세종시에서 돌고 있다. 대전 출신의 한 공무원이 대구 출장 도중 승차 거부를 당했다고도 한다.

사실 관계를 확인할 길은 없으나 강한 방역 의식 때문인지 대구경북은 상대적으로 메르스에 잘 대응한 지역으로 꼽힌다.

서울에 사는 한 금융권 퇴직 고위공직자는 최근 장모님을 찾아 뵈려고 대구에 전화를 드렸으나 거절당했다고 한다. 소식을 접한 다른 한 공무원은 "보고 싶은 딸과 사위의 왕래를 거절한 장모께선 '고마해라. 니 우얄라고 이라노'라고 말했을 것 같다"고 했다.

'苦魔害拏'(고마해라)는 괴로운 마귀가 나를 해치려 든다. '尼雨夜樂苦移裸老'(니우얄락고이라노)는 비 오는 밤 기쁨과 슬픔에 헐벗은 노인 근심케 하네란 뜻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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