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대구읽기모임'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구읽기모임은 주로 구한말에서 해방을 전후한 근대시기의 대구를 공부하는 모임이다. 일본연구자로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어 이 모임에 들었다.
처음 1년은 모임을 제안한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일본인 유학생을 포함한 4, 5명이 정기적으로 모여 일본어로 쓰인 대구 관련 기초 문헌을 함께 읽어 나가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교수님도 서울 출신이고 나를 제외한 나머지 회원들이 모두 일본인이었기 때문에 문헌 속에 등장하는 일본식 동네이름이나 장소가 나올 때면 대구의 지역사와 지리에 어두운 우리는 매번 "여긴 어디를 말하는 걸까요?"라는 식의 대화를 주고받곤 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근대골목관련 시민활동을 하는 사람들과 인연이 닿아 함께 스터디를 하게 되면서 대구읽기모임은 여러모로 활기를 띠게 되었다. 문헌으로 접하는 정보가 아닌, 대구 역사에 대한 지식을 가진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게 되면서 지역에 대한 이해의 폭이 커지자 골목 하나하나에 큰 애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본격적으로 골목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대구읽기모임이 경산의 연구실을 벗어나 근대 건물이 많이 남아있는 대구 중구로 스터디룸을 옮긴 시점부터였던 것 같다. 마침 대구 중구의 근대건축 첫 리노베이션 대상 건물인 북성로 '삼덕상회'가 문을 연 때였다. 학교 밖에서 만난 사람들과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가며 삼덕상회 2층 다다미방에서 아직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문헌들을 읽으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우리 스터디 그룹은 모임을 갖기 위해 여기 저기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는 신세였는데, 그간 우리의 공부방 역할을 해 준 곳으로 중앙로 '인문학 놀이터'와 북성로 '공구박물관'도 있었다.
여러 해를 지나는 동안 이런저런 어려움도 많았지만, 대구읽기모임은 이전에는 몰랐던 대구를 재인식하게 해 준 고마운 인연의 시작이자 오늘 나에게 '대구하루'라는 한일문화교류 북카페 겸 일본인 방문객 센터를 열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일정한 장소 없이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스터디 모임을 갖는 동안, 누군가 대표로 스터디룸을 마련하라는 말이 농담 삼아 오간 적이 있었는데, 설마 내가 그 장소를 마련하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공부를 하다 보니 근대골목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고 그 욕심을 격려하며 등을 떠밀어 준 사람들이 바로 우리 회원들이다. 욕심이 구체화된 건 마침 대구 중구청에서 근대건축물 리노베이션 사업을 공모하면서부터였다. 사업에 응모하기 위해 건물을 구했고 이후 당선이 되자 더 이상 떠돌이 신세가 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우리 회원들은 자축하며 나에게 많은 지지와 격려를 보내 주었다. 앞으로 대구의 근대 역사를 발굴하는 일에 좀 더 매진하고 한일수교 50주년을 맞아 대구하루의 대표로서 민간외교관의 역할도 보다 충실히 수행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박승주/대구하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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