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이스피싱 범죄조직, 범죄단체와 다를 바 없다

입력 2015-06-30 05:00:00

대구지검이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에 대해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죄를 처음 적용했다. 중국과 한국에 콜센터를 두고 기업형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질러온 관리책임자와 전화상담원 등 28명을 구속기소하면서 폭력조직에 가담, 활동한 것과 같은 범죄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검찰은 이들이 징벌, 여권 압수, 감시 등 조직이탈 방지와 이탈자에 대한 자체 응징으로 조직 결속을 다지기 위한 내부 질서 유지 체계를 갖춘 점과 직책에 따른 위계질서가 잡힌 점 등이 범죄단체와 같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그동안 단순사기죄로 처벌하던 이들 범죄자에 대해 범죄단체 혐의를 적용한 것은 보이스피싱에 대해 강력한 척결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사기죄가 적용되면 단순 가담자의 경우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가 다반사였지만 범죄단체 가입'활동 죄가 적용되면 형량이 한층 높아진다. 이번에 기소된 범죄자들만 하더라도 피해자 302명에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속여 13억4천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보이스피싱 범죄의 천국이다. 지난 5년간 일어난 보이스피싱 범죄는 12만 건이 넘고 피해 금액도 4천억원을 넘는다. 이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 기술 기반 금융시스템을 갖추었으면서도 보이스피싱 방지 장치는 소홀하고 처벌 역시 미흡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모바일뱅킹, 폰뱅킹, PC뱅킹 등을 이용한 실시간 계좌 이체비율은 세계 최고지만 보이스피싱 예방은 국민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날로 진화한다. 금융 및 사법 기관들이 내놓는 대응책은 늘 미흡하거나 한발 늦다. 이는 전 국민을 잠재적 피해자로 만들어 불안하게 하고 나아가 신용사회의 기반을 뒤흔든다. 국민에게 안기는 폐해가 조폭 범죄보다 결코 못하지 않다. 금융당국이 효율적인 예방 안을 내놓는 것이 먼저고, 그렇지 못하다면 사후에라도 사법부가 한층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대구 검찰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죄를 처음 적용한 것은 강한 근절 의지를 보인 것으로 후한 점수를 받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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