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PC통신에서 처음 사용…눈 모양 본떠 'ㅠ.ㅠ' 등 표현
19-Sep-82 11:44 Scott E Fahlman :-)
From: Scott E Fahlman
I propose that the following character sequence for joke markers:
:-)
Read it sideways. Actually, it is probably more economical to mark things that are NOT jokes, given current trends. For this, use
:-(
1982년 9월 19일 11시44분 스콧 E. 팰먼
카네기 멜론 대학의 스콧 E. 팰먼으로부터
아래의 문자 형태를 '농담'을 뜻하는 표시로 사용할 것을 제안합니다.
:-)
옆으로 읽어주세요. 사실, 이런 경우라면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표시하는 게 더 경제적일 수 있습니다. 농담이 아니라는 표시는 이렇게 쓰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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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기 멜론 대학의 전산학 교수 스콧 E. 팰먼은 카네기 멜론 대학의 전자게시판에 위와 같은 제안을 담은 짧은 글을 남겼다. 인터넷의 전신인 '아르파넷'(ARPAnet)을 통해 이 제안은 몇 달 안에 급속도로 확산됐고, 아르파넷 사용자들은 다양한 파생 형태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모티콘'의 시작이었다.
글로 구구절절이 풀어냈던 사람의 감정을 몇 가지 기호로 축약시켜 간단하게 표현해버리는 이모티콘이 많은 사람들의 의사소통 수단으로 사랑받기까지는 3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이모티콘은 문자기호에서 그림으로, 심지어는 애니메이션 기법으로까지 장족의 발전을 이뤄냈다.
◆디지털 이전에도 시도는 있었다
스콧 팰먼의 이모티콘은 디지털 환경에서 최초로 시도된 이모티콘 기록으로 평가된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최초의 이모티콘은 구두점이나 괄호와 같은 문자기호로 만들어졌는데, 그 이전에는 문자기호를 이용해서 감정을 나타내는 시도가 없었을까? 아니나다를까 활자를 이용한 인쇄방식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급격히 발전했던 서양에서는 19세기부터 이런 시도가 존재했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인쇄매체에 처음 등장한 이모티콘은 두 가지 설이 있다. 1862년 뉴욕 타임스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연설을 옮겨 적으면서 '(applause and laughter ;)'(박수와 웃음)라고 표기했는데, 이를 단순한 구두법 오류나 오타가 아닌 이모티콘으로 보는 의견이 있었다. 또 1881년 3월 30일 미국의 풍자 잡지인 '퍽'은 모스 부호로 만든 사람의 표정 네 가지를 공개했는데 모양과 만드는 방식이 지금의 이모티콘과 매우 흡사하다. 이 잡지는 이 기호를 만든 이유로 "인쇄업자들도 단순한 글자로 만화가처럼 꾸밀 수 있다는 것을 대중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PC통신이 낳고 휴대전화가 기르다
우리나라에서 누가 언제 처음으로 이모티콘을 사용했는지는 기록을 찾기 힘들다. 무수한 설들 중 가장 유력한 설은 당시 PC통신 서비스 중 하나인 '나우누리'의 유머게시판에서 맨 처음 사용했으며, 처음 사용된 이모티콘은 웃음을 표시하는 '^^'와 무표정을 나타내는 '-_-'였다. 이때부터 우리나라의 이모티콘은 감정을 눈의 모양으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으며, 'ㅠ.ㅠ'(우는 표정) 이나 'ㅇㅅㅇ'(놀란 표정)과 같이 한글의 자음'모음을 이용한 이모티콘도 속속 선을 보였다.
PC통신상에서만 사용되던 이모티콘이 좀 더 사람들 가까이에 오게 된 계기는 휴대전화의 보급이었다. 당시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는 80바이트까지만 전송이 가능했다. 80바이트를 한글문자로 환산하면 40자다. 40자 분량 안에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든 표현하기 위해서 이모티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기 시작했다.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문자메시지를 입력할 때 다양한 이모티콘을 미리 만들어 쉽게 입력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선인터넷이 도입되면서 이모티콘은 통신사의 또 다른 돈벌이 수단이 됐다. 무선인터넷을 통해 작은 화면 안에 휴대전화 버튼으로 이모티콘을 입력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통신사에서 미리 만들어놓은 이모티콘을 구입해 전송하기도 했다.
◆문자기호에서 그림으로 진화
문자기호로만 작성되던 이모티콘은 2000년대 들어 두 번의 변혁기를 맞는다. 첫 번째는 인터넷 메신저의 등장이고 두 번째는 스마트폰의 등장이다. 이 두 시기를 '변혁기'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모티콘에 '그림'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네이트온' '윈도우메신저'와 같은 인터넷 메신저가 등장했을 때는 하트 모양이나 얼굴 표정, 사물 그림이 서비스되기 시작했다. 또 문자기호로 이모티콘을 넣으면 자동으로 그림 이모티콘으로 바꿔주는 기능이 인터넷 메신저에 탑재된 적도 있었다. 이때부터 이모티콘에는 움직이는 그림도 도입됐다.
2010년대 들어 '카카오톡'과 같은 스마트폰 메신저가 등장하자 이모티콘은 '스티커' 혹은 '스티콘'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달기도 했다. 이모티콘이 제품 홍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기업들은 자신의 제품을 이용한 캐릭터로 이모티콘을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또 메신저 개발 업체에서도 인기 웹툰이나 아이돌의 이미지를 이용해 움직이는 이모티콘을 만들어 사용자들의 지갑을 노리기도 했다. 디지털에 이모티콘이 도입된 역사는 약 30년 안팎이지만 그 속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었던 사실 하나는 의사소통 도구가 문자에서 그래픽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이모티콘의 변천사가 다 보여주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화섭 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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