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행복한 도시] 7>대구시 갈등관리팀 운영

입력 2015-06-26 05:00:00

예산 50억 넘는 사업 갈등 미리 예측·조정

남구 대명동에 위치한 대구시 CCTV 통합관제센터 요원들이 CCTV 영상 화면을 살펴보고 있다. 대구시 제공
남구 대명동에 위치한 대구시 CCTV 통합관제센터 요원들이 CCTV 영상 화면을 살펴보고 있다. 대구시 제공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 기지 설립, 밀양송전탑로 공사, 경남 양산 천성산 터널 개발….' 추진 과정에서 주민들과 행정기관 간의 갈등이 수년간 지속돼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던 대표적인 사업들이다.

대형 사업에는 반드시 이해당사자가 있기 마련이고 추진 과정에서 갈등이 불가피하다. 이 같은 갈등을 불미스러운 일로 보고 숨기기 급급했던 행정기관이 최근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업 추진 중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갈등관리 부서를 만드는가 하면 시민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장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대구시는 이달 초 충북, 광주, 대전, 서울 등에 이어 갈등관리조례를 신설했다. 시는 올 하반기부터 공무원, 사회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갈등관리심의위원회도 운영하는 등 갈등 해결을 위한 체계적인 절차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갈등, 더 이상 숨기지 않는다

최근 행정기관은 갈등을 새롭게 바라보고 있다. '갈등은 사업을 지연시켜 사업 비용만 증가시킨다'거나 '갈등은 정책 목표 달성에 방해만 된다'는 부정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갈등을 시민 정책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행정기관은 정책에 대한 이해당사자 간 마찰이 발생했을 때 홍보나 물리력에 의존해 해결하고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행정기관이 주체가 돼 이해관계자나 관련 전문가들과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 갈등을 제거 대상으로 여겼던 것에서 겉으로 표출시키도록 행정 패러다임이 변화한 것이다. '갈등관리', '갈등학' 등이 행정 용어로 등장한 지도 오래다.

대구시 역시 최근 갈등관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올해부터 공무원 교육과정에 대화 기법, 협상 전략 등을 교육하는 공공갈등관리 과정을 도입했다.

앞서 권영진 시장은 지난해 9월 대대적인 부서 개편을 통해 시민소통과에 갈등조정팀을 신설했다. 권 시장의 중점 시책인 시민원탁회의, 현장소통시장실, 찾아가는 시민사랑방과 함께 민원을 사전적으로 예방하는 또 다른 시민소통 창구로 볼 수 있다.

김돈희 대구시 시민소통과 갈등조정팀장은 "시민들은 효율적인 갈등관리를 요구하고 있지만 지금껏 행정환경은 이런 욕구를 충분히 채우지 못하고 있었다"며 "앞으로 갈등진단, 갈등사례관리 등을 통해 갈등 해결에 드는 사회적 비용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갈등조정팀 본격 가동

대구시는 갈등조정팀의 본격적인 운영을 위해 이달 초 갈등관리 조례를 신설했다. 충북, 부산, 서울 등에 이은 전국 8번째로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자신감에 가득 차 있다. 갈등관리 예상 시뮬레이션도 수차례 거쳤고 대구안심연료단지 민원, 택시 감차 계획 등 갈등진단 대상 사업도 45개를 선정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거쳤기 때문이다.

갈등관리의 대상은 시가 추진하는 사업 가운데 50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정부나 대구시의 정책과 관계없는 갈등이나 중앙행정기관과의 갈등 등 시의 정책으로 비롯된 갈등이 아니라면 갈등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해관계 집단의 수, 갈등 해결에 필요한 재원, 언론 보도 횟수 등을 통해 갈등진단, 갈등등급이 내려지며, 대응계획수립, 맞춤처방 등의 과정을 통해 최종적인 갈등 해결단계까지 가게 된다.

시는 이 과정에서 갈등조정 부서와 사업추진 부서 간의 협력을 관건으로 보고 있다. 이미 촉발된 갈등뿐만 아니라 시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 중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는 사업도 물색해 갈등 관리 대상 사업으로 선정하기 때문에 타부서와 마찰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태성 대구시 시민소통과장은 "갈등관리 심의위원회 등 객관적으로 볼 때는 관리 대상으로 여겨지더라도 각 사업 추진 부서 입장에서는 다른 부서가 본인들의 업무를 침범한다고 느낄 수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오로지 시민들의 입장에서 추진 중인 사업을 평가하고 부서 간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