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거리, 영세상인 쫓겨난다

입력 2015-06-25 05:00:00

'전통시장 활성화' 역효과…임대료 급등, 대기업 프랜차이즈만 '대박'

대구 도심 내 침체된 전통 상권을 살리기 위한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기존 상인들이 오히려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낙후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특성화 사업이 끝나면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특성화 구역에서 제외된 상권은 오히려 더욱 침체되는 빈곤의 악순환 구조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조성된 서구 비산동 서부시장 내 '프랜차이즈 특화거리'(이하 특화거리)의 경우 손님들이 특화거리로만 쏠리면서 기존 상인들의 매출이 급감, 생계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시장에 사람이 몰려들고 있지만 '속 빈 강정'이다. 손님들이 특화거리가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며 "특화거리 밖에 있는 가게들은 손님 발길이 예전보다 더욱 끊어졌다"고 했다. 또 자고 나면 오르는 임대료도 기존 상인들을 내몰고 있다.

10년간 식당을 운영해 온 또 다른 상인은 "건물 주인이 올해 말까지 월세를 올려달라고 하는데 돈을 더 내고 있어야 할지, 아니면 나갈지 고민돼서 요즘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이 장사 하면서 자식 두 명 공부를 다 시켰는데 이제 나가면 어디에서 자리를 잡을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현상은 도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중구 방천시장의 경우도 '전통시장을 살리자'는 취지로 개발됐지만 현재 전통시장의 기능은 상실해 버린 채 '먹자골목'으로 변했다. 한때 특색 있는 음식점과 카페로 넘쳐났던 남구 대명동의 앞산 카페거리나 수변공원 조성 사업이 끝난 수성못 또한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이 들어서면서 기존에 터를 잡았던 상인들은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 이진우 소장은 "전통 상권 활성화 사업은 침체된 상권을 되살리고 기존 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명목으로 진행되는 만큼 계획 수립 시 영세 상인들에 대한 보호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며 "외국의 경우는 전통 상권을 되살릴 경우 기존 상인이 주체로 반드시 참여해 결실을 함께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도심의 노후화한 지역에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올라가고 이로 인해 기존에 터를 잡고 있던 상인들이나 주민들이 내몰리는 현상을 일컫는다. 특히 상업적 목적으로 들어와 주거지를 상업화하거나 기존 상권에 변화를 주는 경우, 기존 주민들이 내몰리는 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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