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에게 주어진 3개월간의 '매일춘추' 원고 기고 중 마지막 글이다. 음악사와 음악일상 이야기와 함께 아름다운 생각들을 나눈 3개월의 시간이 무척 짧게 느껴진다. 이번 글에서는 필자에게 주어진 시간과 지면을 정리하면서 조심스럽게 필자의 광복 70주년 기념 오페라를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해 하반기에 경상북도와 로열오페라단의 위촉을 받아 완성한 이 작품은 오는 광복절에 초연을 목표로 한창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 본인의 7번째 오페라 작품이며, 2개의 음악극을 포함하면 9번째 무대음악작품이다.
내용은 유관순 열사의 족적에 버금가는 안동의 여성 독립운동가 김락 여사의 항일 투쟁 이야기이다. 작곡 과정 중 현장답사를 위해 들렀던 안동독립운동기념관에서는 그분을 '민족의 딸, 아내 그리고 어머니'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 작품은 김락 여사뿐 아니라 3대에 걸쳐 8명이 독립운동가로 지정받은 독립운동가 집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경술국치의 비보가 전해지자 시어른이신 향산 이만도 옹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단식을 결행하다가 자정순국하시고, 파리장서의거에 참가했던 남편 이중업도 객사하였다. 형부인 이상용 만주 신흥무관학교 교장을 비롯한 많은 가족 친지들이 모두 흩어져 독립운동에 깊이 관여하였다. 김락 여사는 반가의 규수로서 집안을 지키면서 흩어진 가족 친지들의 독립운동을 지원하다 3'1 만세운동으로 체포되었고, 거액의 군자금을 조달했다는 죄목으로 잔학한 고문을 받게 된다. 의지를 굽히지 않은 여사는 결국 두 눈을 인두로 지지는 참혹한 고문을 당하여 실명하게 되고, 고문의 후유증으로 고생하시다가 순국하셨다.
작품 구성의 특징은 이렇다. '대한제국 애국가'와 '올드랭 사인(Auld Lang Syne) 멜로디에 붙인 애국가'를 상징적으로 사용, 마지막 장에 나타날 '안익태 애국가'까지 시간의 흐름과 역사성을 전체적인 흐름의 배경으로 삼는다. '하늘'을 의미하는 용어도 '상제(上帝): 하늘-대한제국 애국가' '하나님-Auld Lang Syne 애국가' '하느님-안익태 애국가'로 적용, 제국시대와 독립투쟁기 그리고 해방 이후 시기가 구분되도록 했다.
대구에서도 독도를 배경으로 하는 광복 70주년 기념 오페라를 준비하고 있고, 전국적으로 광복 70주년과 순국의 달을 기념하는 행사들이 다양하게 준비되고 있다. 음악사를 통해서 살펴 왔듯이, 전쟁과 국가적 중대 위기 속 정신들이 음악작품을 통해 국가적으로 기념될 수 있음은 참으로 고무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 개인적으로 두려운 것은, 오페라의 경우 극적인 내용이 재미가 있고 대본이 훌륭하다고 해서 그 작품들이 다 성공적이지 않았고, 유치한 줄거리를 가진 유명 오페라도 있다는 사실처럼, 오페라의 성공 여부는 음악에 있기에 음악적 부족함이 위대한 내용을 사장시키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그래서 작가는 자신의 능력이 최대한 발휘되는 작품에 헌신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철우/작곡가 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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