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나라 일인 줄만 알았던 중동발 메르스가 우리나라를 혼돈 속으로 몰아넣었다. 사스, 신종플루, 에볼라, 메르스 등 신종 전염병은 이제 상존하는 위험이 됐다. 달리 '지구촌'이란 말이 나왔을까. 세상은 넓지만 모두는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케빈 베이컨 6단계 이론'에 따르면, 여섯 다리만 건너면 이 세상 사람들은 모두 인맥으로 연결된다고 한다.
한국인만큼 인맥에 공들이는 민족도 없다. 그 산물 중 하나가 특유의 경조사 문화다.
사회생활 좀 한다는 사람에게 결혼 시즌의 주말은 예식장 순회시간이다. 결혼식장은 도떼기시장이 되고 하객들은 얼굴도장을 찍은 뒤 곧장 식당행이다. 장례식에서도 망자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사람들의 수보다는 근조 화환과 문상객들의 많고 적음이 입에 오르내린다.
이런 경조사 문화는 적지 않은 폐단을 낳고 있다. 경조사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봤다는 응답이 95.8%에 달한다는 설문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모두들 문제가 있다고 느끼지만 '본전 생각'에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한다.
본래 우리나라의 경조사 문화는 마을 단위 공동체사회의 풍습이었다. 한 마을의 길'흉사에서 구성원들은 기쁨을 함께하고 슬픔을 품앗이했다. 근대화와 함께 사회관계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는데도 부조 풍습은 고스란히 이어졌고 게다가 사회관계 수단으로 변질됐다.
형식적인 축하와 위로가 사람의 마음을 얻을 리 없다. 최근 발표된 한 지표는 한국인이 사회관계에 필사적으로 매달리지만 결과가 얼마나 허망한지를 보여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표한 '2015 더 나은 삶의 지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사회적 연계' 부문에서 36개 조사대상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사회적 연계는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친지'이웃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비율을 뜻하는데, 한국인은 이 수치가 72%로 OECD 평균(88%)보다 16%포인트나 낮았다.
1950년 미국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은 대중사회 속에서 내면의 고립감으로 번민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고독한 군중'(Lonely Crowd)이라고 했다. 그의 이론대로라면 한국인들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고독한 사람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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