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 장하성 고려대 교수, 매일 탑 아카데미 특강

입력 2015-06-23 05:00:00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평등 같이 이뤄져야"

"평등한 기회, 공정한 경쟁, 정의로운 분배가 이뤄져야 정의로운 경제라 할 수 있습니다. 정의로운 자본주의는 개인의 자유보장과 공동체의 평등이 같이 이뤄져야 합니다."

22일 오후 7시 대구 호텔수성 스카이홀에서는 한국 경제에 대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경제학자인 장하성 고려대 교수의 강연이 열렸다. 장 교수는 '정의로운 한국 자본주의는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1시간 30분간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 회원들을 상대로 강연을 펼쳤다.

장 교수는 "지금 우리는 한국을 위한 자본주의를 하고 있는지, 자본주의를 위한 한국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문제의식을 제기하면서 강연을 시작했다. 아래는 강연 내용을 요약한 것.

◆불평등한 한국 자본주의=도시 근로자의 소득 90% 이상이 임금소득으로 구성돼 있는 한국 사회 불평등의 원인은 노동소득에 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고용 비율을 살펴보면 예전에는 4대 6이었지만 지금은 2대 8로 크게 벌어졌다. 중소기업의 임금은 대기업 임금의 절반이다. 1980년대에는 중소기업 임금이 대기업 임금의 90% 수준이었다. 중소기업의 임금이 갈수록 줄어들게 되는 이유가 바로 한국의 산업구조상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하청 구조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누가 불평등 사회를 만들었을까=시장경제는 제도일 뿐이다. 제도는 권력을 가질 수 없다. 시장을 움직이는 사람이 권력을 가진다. 자본이 문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본을 가진 사람이 문제를 만든다. 지금의 불평등 사회는 이념과 기득권에 사로잡혀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보수주의자들은 경쟁을 부정하며 반시장적인 행태로 자기부정을 하고 있으며 진보는 반자본적인 태도로 지금의 체제를 부정하고 있다. 보수는 현실을 외면하고 과거를 가지고 미래를 설계한다. 진보는 유럽과 우리나라의 경제구조가 다른데도 유럽의 대안만을 주장한다.

또 국민들이 '경제가 성장해도 나는 가난하다'라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가계소득과 기업소득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1인당 GDP와 실질임금의 격차가 2000년대는 동등했으나 현재는 실질임금이 GDP의 8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기업의 소득을 기업 안에 묶어놓기 때문이다. 기업은 소비의 주체가 아니기에 기업이 돈을 묶어놓고 있다는 것은 경제 흐름에 동맥경화가 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의로운 경제란=평등한 기회, 공정한 경쟁, 정의로운 분배가 이뤄져야 정의로운 경제라 할 수 있다. 동등하게 기회가 주어지고, 비록 출발선에 차이가 있어도 공정한 룰을 통해 자신의 능력으로 따라잡을 수 있어야 하며, 승자가 모두 독식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정의로운 자본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평등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같이 살기 때문에 공동체의 평등도 함께 추구해야 한다.

이화섭 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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