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메르스 유언비어 경계해야

입력 2015-06-23 05:00:00

2008년 광우병 공포가 대한민국을 휩쓸었다. 광우병은 각종 유언비어를 거쳐 공포감을 키웠다. 미국산 소고기가 조금이라도 들어간 제품을 섭취해도 인간광우병에 걸려 죽을 수 있다는 과장된 공포감은 사람들을 길거리로 내몰았고, 나라의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는 움직임을 멈췄다.

한국경제연구소의 추정에 의하면 두 달간의 광우병 시위로 인한 직'간접 경제적 피해액은 2조5천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사법부의 판단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광우병 보도 관련 대법원 판결을 살펴보면 사람들의 공포심을 유발했던 정보는 대부분 허위로 밝혀졌다. 광우병 잠복기라던 3년이 훨씬 지난 지금에도 우리 주변에는 광우병에 걸린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 얼마 전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량이 호주산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였다는 보도에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2015년, 메르스 공포가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다. 지난 4월 중동을 다녀온 A씨를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메르스 바이러스는 현재 서울, 경기, 대전. 대구 등 전국을 떠돌고 있다. 지난 21일 기준으로 확진자는 169명, 격리자는 4천35명에 이른다고 한다. 격리자 수만 보면 메르스의 확산 가능성에 대해 걱정할 만도 하다. 하지만 의학계 전문가들은 메르스에 대한 지나친 우려를 경계하고 있다. 먼저 메르스의 치사율이 알려진 것보다 높지 않다. 30~40%로 알려진 메르스 치사율은 사우디아라비아를 기준으로 나온 수치이다. 의료계에서는 의료'방역체계가 발달한 우리나라의 치사율을 10% 내로 보고 있다. 실제 사망자들을 살펴보면 평균 나이 71세의 고령이며, 대부분 폐렴과 심장질환 등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상태였다.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높은 젊은 사람들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두 번째 메르스의 전염률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기초감염재생산 수를 통해 환자 1명이 몇 명의 사람에게 병을 옮겼는지 알 수 있다. 메르스의 기초감염재생산 수는 0.6~0.8 정도로, 이는 유행철 '독감' 수준으로 봐도 무방한 정도이다. 국내에선 이례적으로 1명의 환자를 통해 다수가 감염되긴 하였지만, 지역사회 감염이 없었다는 점에서 의료계는 광범위한 확산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메르스의 위험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메르스 바이러스 발병국에 대한 여행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세 번째 메르스는 간단한 생활 습관을 통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고 한다. 메르스를 예방하는 생활 습관으로는 손 씻기를 포함해 청결을 생활화하고, 충분한 물 마시기로 노폐물을 배출시키며, 마늘 등 면역력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챙겨 먹는 정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 우리는 막연히 공포감만을 조장하는 유언비어를 경계해야 한다. 유언비어를 만들면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를 타인에게 전해서도 안 된다. 나아가 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유언비어 확산을 막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지난 11일, 35번 환자인 삼성서울병원 의사가 뇌사에 빠졌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젊은 사람이, 그것도 의사가 뇌사에 빠졌다는 보도는 많은 사람들에게 메르스의 위험성을 한 번 더 걱정하게 하였다. 다행히 35번 환자에 대한 보도는 오보로 밝혀졌고, 아내를 포함한 내 주변의 사람들은 다시금 안심했다.

아울러 사회적 혼란을 막고자 경찰은 유언비어 배포자에 대해 엄정 대처하고 있다. 유언비어 수사에는 막대한 경찰력이 투입된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막을 수 있는 불필요한 부분에 경찰력을 대거 투입하면 경찰을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선량한 시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 부디 우리 모두 의연한 자세로 어려운 국면을 헤쳐나가길 바란다.

구희천/경북경찰청 홍보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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