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뒤담] 'ESEI' 그라피티, 그 정체는?

입력 2015-06-23 05:00:00

'내가 여기에 왔었다' 자신의 별명을 남긴 태깅

ESEI 그라피티. 대구시민회관 건너편
ESEI 그라피티. 대구시민회관 건너편
스미스와 세인 형제가 뉴욕의 한 교량에 남긴 그라피티. 출처=
스미스와 세인 형제가 뉴욕의 한 교량에 남긴 그라피티. 출처='그라피티 앳 더 밀레니엄'(스테픈 파워스 지음).

대구 중구 태평네거리 북서쪽 한 담벼락에는 무려 컨테이너 박스 하나 크기의 대형 그라피티가 그려져 있다. 똑같은 글자가 적힌 비슷한 크기의 그라피티가 칠성지하도 위쪽 가림막과 동성로 통신골목 한 공사장 가림막에도 있었는데 최근 철거됐다. 같은 종류로 남아있는 것은 현재 대구시민회관 건너편 '경상북도 청년 CEO 오프라인 몰' 옆 건물 외벽과 대구보건대 인근 한 공사장 가림막에 그려져 있는 그라피티다.

이들은 모두 'ESEI'라는 글자로 구성된 그라피티다. 도대체 누가, 왜 똑같은 글자를 대구 도심 곳곳에 커다랗게 그리고 있는 걸까? 대구의 몇몇 그라피티 작가들에게 이 그라피티의 정체에 대해 물었지만,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없었다. 한 그라피티 작가는 그라피티를 그리는 사람들끼리 신상 정보를 쉽게 알려줄 수 없다는 얘기도 털어놨다.

ESEI에 대해 그라피티 작가가 자신의 별명을 남긴 태깅(tagging)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라피티가 탄생한 미국에서 제일 유명한 태깅으로 스미스(Smith)와 세인(Sane) 형제가 서로의 이름을 경쟁하듯 뉴욕 길거리에 남기고 다닌 사례가 있다. 얼마나 많이 남겼던지 미국연방수사국(FBI)이 두 형제를 붙잡으러 다녔을 정도다. 한 그라피티 작가는 "태깅은 '내가 여기에 왔었다'는 의미로 통한다"고 했다. (다음 주에 계속)

글 사진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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