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신종플루 때보다 소비심리 악화
안이한 선제 대응이 정부 불신 키워
정보 미공개 괴담 확산 불안감 증폭
정부와 국민 힘 합쳐 위기 극복해야
메르스발 소비 충격이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크다. 메르스 발생으로 최근 2주간 백화점'대형마트의 매출이 전년 대비 5~8% 감소했고 음식점, 커피전문점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예외 없이 손님이 급감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과거 사스(2002년)나 신종플루(2009년) 때보다 소비 충격이 2~4배 정도 크다는 분석보도를 하고 있다.
필자가 경험한 사례도 이와 비슷하다. 며칠 전 대구에 모임이 있어 내려가는 길에 친지집에 들르기 위해 전화를 했는데 오지 말라는 답을 들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서울에 메르스가 창궐해 서울에서 온 사람과는 가능한 한 접촉을 안 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였다.
최근 언론보도에서도 나왔듯이 그동안 메르스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대구를 비롯한 지역에서도 감염환자가 발생함에 따라 외지인 특히 서울사람은 택시도 잘 태우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들릴 만큼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이런저런 이유로 각종 모임과 행사가 잇달아 취소되고 있어 며칠 전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회의에서 '국민의 일상생활과 기업활동이 정상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호소했음에도 상황이 단시일 내에 호전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물론 우리 사회에 만연된 불신과 쏠림현상이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당초 정부의 장담과 달리 3차, 4차 감염자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고 감염 의심자와 격리자가 각각 5천 명을 넘고 있어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는 국민들만 탓할 수 없을 것 같다. 일단, 메르스 감염환자로 판명되면 본인은 물론 접촉한 가족, 친구 등 모든 주변인들에 자가 격리라는 고통과 불편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자를 포함해 대부분의 국민들이 갖는 궁금증의 하나가 메르스 발원지인 중동지역을 다녀온 외국인이 한국인 외에 수십 개국에 달하는데 왜 한국만 유독 국제적 문제국가로 낙인찍혀 외국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느냐는 것이다.
필자가 생각해 본 몇 가지 이유는 첫째, 메르스에 대한 사전예방 교육이나 입국 당시 철저한 점검과 사후관리가 있었느냐는 점이다. 사실, 메르스 감염자가 사망해 SNS를 통해 흉흉한 소문이 돌기까지는 국민들이 메르스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다. 중동지역에 메르스가 창궐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사전대비가 미흡했다고 본다.
둘째, 메르스 발병 초기단계에 선제적이고 조직적인 대응이 있었느냐는 점이다. 언론의 지적대로 정부가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판단해 메르스 감염 병원에 지나치게 의존해 대응했고 정보 미공개로 SNS를 통한 불확실한 정보와 괴담이 확산되어 국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킨 감이 있다.
셋째, 컨트롤타워가 지나치게 많아 전담부서에서 상황을 신속히 파악해 대처할 시간에 여러 개의 컨트롤타워에 보고를 하느라 중요한 사안을 놓치거나 타이밍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넷째, 우리 국민들의 지나친 병문안 풍속과 병원의 허술한 방문자 관리가 전염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다섯째, 천안함, 세월호, 메르스 사태 등 매번 대형사고 때마다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SNS에 휘둘린다는 점이다. SNS를 통해 근거 없는 루머가 여과 없이 확산될 경우 개인'기업은 물론 국가까지도 엄청난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이제 SNS를 통한 정보전달은 개개인이 독자 온라인 언론사를 운영하는 것과 같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최소한의 윤리와 통제가 요구된다고 본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처럼 이번 메르스 사태로 모처럼 기지개를 켜는 국내경기가 다시 얼어붙을까 걱정된다. 일본은 몇 년 전 원전 쓰나미라는 엄청난 재앙을 맞아 초기에 다소 허둥댔지만 정부와 국민이 합심해 이른 시일 내에 극복해 국제사회에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우리나라도 과거 외환위기나 사스발생 때처럼 국민과 정부가 서로 믿고 힘을 합쳐 위기를 신속히 극복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지금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북한 지도자의 오판을 막을 수 있다. 이기심보다 배려, 불신보다 신뢰가 메르스 극복의 열쇠다.
대구가톨릭대 석좌교수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