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대구경북도 이제 메르스 전쟁

입력 2015-06-18 05:00:00

대구경북에서도 메르스와의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됐다. 수도권을 휘몰아치며 기승을 부리던 메르스가 설마 하는 기대를 무너뜨리고 대구경북에도 건너온 때문이다.

17일 기준 전국 메르스 환자 수는 162명에 이른다. 아직 대구경북은 메르스 확진자가 2명에 그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일 수도 있다. 하지만 '메르스가 왔다'는 소식 하나에 지역민들은 패닉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구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남구 일대는 인적이 끊어지고 있고 병원과 식당, 시장과 백화점까지 발길이 줄어들고 있다.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대중교통을 포기하고 자가용을 끌고 나오는 시민들이 늘고 있으며 모임이나 회식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수도권 시민들을 극도의 공포로 몰고 간 메르스에 대한 충분한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메르스 사태가 언제쯤 끝이 날지, 가뜩이나 디플레이션 위기에 직면한 국가 경제나 국민들의 생활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칠지 아직 가늠도 불가능하다. 모두들 세월호를 훨씬 능가할 수준의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란 걱정과 우려만 하고 있을 뿐이다. 메르스 퇴치 기미가 없다 보니 정부나 정치권 모두 메르스 사후 처방책은 언급조차 못하고 있다.

여기서 되짚어 보고 싶은 대목이 있다. 왜 국민들은 이렇게 가슴 졸이며 하루하루를 살아야 하느냐는 질문이다. 미국 9'11처럼 테러가 발생한 것도, 일본과 같이 원자력 발전소가 터진 것도 아니다. IS가 맹위를 떨치는 중동처럼 내전 국가도 아니고 경제 위기가 온 것도 아니다. 지난해 세월호 사태와 같다. 기본과 원칙을 무시해온 한국 사회의 시스템이 결국 작은 불씨를 큰 재앙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조선 대국이라던 대한민국에서 원칙을 무시한 선박 불법 개조로 수백 명의 학생이 승선한 여객선이 침몰하고 터무니없는 구조 행태로 학생들이 배와 함께 수장을 당한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 이제 1년 정도가 지났다. 세월호 사태가 몰고 온 소비 침체와 불황의 여파는 아직 한국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메르스 사태는 세월호보다 더 어처구니가 없다. 중동에서 온 메르스 환자 한 명 때문에 의료관광을 내세우던 한국의 의료시스템이 밑바닥부터 붕괴되고 있다. 화려한 성형 기술과 첨단 장비를 사용한 고난도 수술을 자랑하던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이 듣지도 보지도 못한 중동 독감 하나로 치부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종합병원이 메르스 감염 진원지가 되고 메르스 발생 초기에 안이하게 대처한 보건 당국이 함께 만들어낸 재앙이다. 메르스 공포가 확산되면서 한국 사회는 다시 반성하고 있다. 우리의 병원 운영시스템이나 질병 예방 능력이 얼마나 취약하고 터무니없는지 깨닫고 있는 것이다. 머지않아 정부는 질병관리시스템을 기초부터 다시 세우고 후진적인 병원 운영시스템을 완전히 뜯어고치겠다고 발표할 것이다.

대구에 온 메르스도 어처구니 없기는 마찬가지다.

일반 시민도 아닌 공무원의 상식 이하의 판단과 행동이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대구에서 첫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남구청 공무원 K씨는 메르스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가족들과 함께 다녀왔고 누나가 지난 10일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도 자기 몸은 자기가 관리한다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대구시와 남구청도 수준 이하다. K씨가 지난 15일 메르스 1차 양성 판정을 받았지만 시는 이틀이 지난 17일 오후에야 K씨 행적과 이에 따른 격리 대상자를 발표했다. 또 남구청은 K씨가 확진 판정을 받은 16일에도 출근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기초적인 발열검사조차 하지 않았다.

문제는 앞으로다. 수도권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 정부가 무능하니 우리가 막겠다고 외쳤던 박원순 서울시장만큼의 자신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신속한 대처와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한 때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능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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