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와의 전쟁] 30℃·습도 80% 때 바이러스 약해져…"소나기마저 반갑다"

입력 2015-06-18 05:00:00

미국 국립보건원 연구소 실험, 고온다습하면 전파력 떨어져

17일 대구도시철도 1호선 영대병원역에 열화상 감지기가 긴급 설치돼 승객들의 체온을 체크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17일 대구도시철도 1호선 영대병원역에 열화상 감지기가 긴급 설치돼 승객들의 체온을 체크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비가 오면 메르스가 잠잠해진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고온다습한 환경에 약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메르스 발현지인 중동과 같이 최근 한국의 기후는 고온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예년보다 강수량이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013년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메르스 바이러스는 높은 습도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 결과 메르스 바이러스는 20℃'습도 40% 환경에서는 48시간 이후에도 살아있었지만, 30도'습도 30%에서는 24시간, 30도'습도 80%에서는 8시간밖에 살지 못했다. 고온다습한 환경일수록 메르스 바이러스의 생존 시간이 짧아진 것이다.

기계를 이용해 메르스 바이러스를 환자가 기침을 할 때와 같은 형태로 뿜고 10분 뒤 다시 포집했을 때의 결과도 비슷했다. 20도'습도 40%에서는 양이 7% 줄었지만 같은 온도에서 습도가 70%일 때는 89%나 줄었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습도에 약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실험이다.

전문가들은 "통상 겨울에 독감, 여름에 눈병이 유행하듯 전염 질병은 기온이나 습도 등 환경이 바뀌면 전파력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며 "메르스도 기후가 바뀌면 영향력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16일 오후 4~5시 사이 대구에 20.5㎜의 소나기가 쏟아지자 일부 시민들은 메르스가 잦아들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드러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은 미 국립보건원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소나기가 이렇게 반가울 수 없다. 장마가 오면 습도가 상당히 올라갈 테니 그나마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글을 게시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장마를 메르스 사태의 해결책처럼 여기는 건 섣부른 판단이라고 말한다.

습도와 메르스 바이러스의 상관관계는 밝혀졌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실내인 병원에서 밀접접촉으로 감염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에어컨을 사용하는 실내의 경우 기온과 습도가 낮게 유지돼 장마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다 보통 6월 20일 전후로 시작되는 장마도 예년보다 늦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남부지방은 25일 전후, 중부지방은 다음달 초부터 장마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을 약하게 만드는 엘니뇨가 발달하고 있어 장마가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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