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받은 청와대 "위헌만 안 되면…"

입력 2015-06-16 05:00:00

국회 개정안 정부로 이송…수정·변경 '요구'를 '요청'으로

정의화 국회의장(가운데)과 새누리당 유승민(왼쪽),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국회법 개정안 등을 협의하기 위해 만나 정 의장의 제안으로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화 국회의장(가운데)과 새누리당 유승민(왼쪽),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국회법 개정안 등을 협의하기 위해 만나 정 의장의 제안으로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의 정부 시행령 수정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청와대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15일 정부 시행령에 대한 수정 요구권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의 자구를 일부 수정해 정부로 보냈다. 이로써 개정안은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17일 만에 정부로 이송돼 법제처와 국무회의 심의 절차를 밟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일 위헌 가능성을 제기하며 수용불가 입장을 밝힌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일부 완화한 데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국민 불안이 높은 상황에서 민생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떨어진 사안으로 국정혼란을 부추긴다면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15일 정부의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 권한을 일부 완화한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받아들였으며, 이 중재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정부로 이송됐다.

청와대는 이날 "국회가 정식으로 개정안을 이송해와 조만간 입장을 내겠다"면서도 "위헌성 해소가 핵심"이라고 밝혀 위헌성 해소 여부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를 판가름할 관건임을 시사했다. 결국 청와대가 개정안을 살펴본 뒤 위헌성 소지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하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정 의장이 내놓은 국회법 중재안은 시행령 등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 '요구'를 '요청'으로 바꾸고, 또 정부는 '처리하고 보고한다'는 문구를 '검토해 보고한다'로 바꾼 내용이 핵심이다. 이전의 개정안보다는 상당부분 표현을 완화한 것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번에 수정한 개정안이 표현을 상당히 완화해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 요청이 강제성을 띠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소지가 크기 때문에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런 판단은 메르스 사태 대응에 정부가 총력대응을 하는 와중에 청와대가 나서서 이 문제를 놓고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초래하며 정쟁을 유발할 경우 안 그래도 싸늘한 민심이 더욱 식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야당이 거세게 반대하는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의 본회의 인준과 관련해 여야가 협상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굳이 야당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만약 대통령이 위헌소지가 높다는 판단에 따라 끝까지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당청 관계 악화와 함께 여당 내 계파 갈등, 메르스 사태에다 정국혼선까지 겹쳐져 대통령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라는 극단적 선택을 함으로써 대치 정국을 만드는 모험수까지는 두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병구 기자 kbg@msnet.co.kr

최두성 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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