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물로부터 자유로운가? 선뜻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호우와 이상 가뭄 등 재해가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물 문제가 우리에게 중대한 과제임은 분명하다. 물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적으로 지혜를 모으고 서로 협력할 때라는 사실은 국민 모두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실천에 있어서는 너나 할 것 없이 소극적이다. 특히 관련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잘된 도시민들은 물에 대한 무서움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유례없는 극심한 가뭄이 닥친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예로 들어보자. 최근 캘리포니아주는 초비상이 걸렸다. 주민 3천820만 명이 지독한 식수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주지사는 "당신의 멋진 푸른 잔디에 매일 물을 주던 시대는 이미 과거가 됐다"며 당국의 허가 없이 자기 정원에 물을 줄 경우 거액의 벌금을 물리기도 했다.
우리도 이런 가뭄의 피해와 재난 상황에서 비켜갈 수 없다. 지난 10여 년간 댐과 광역상수도를 공급받지 못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가뭄이 빈발하고 있다. 2001'2002년 강원도와 전남, 경북을 중심으로 30만 명, 2008'2009년에는 강원, 경북, 경남, 전남 등 28만 명의 제한 급수 인구가 발생했다. 또 많은 지역에서 농번기 일시적 농업용수 부족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한강수계 소양강댐과 충주댐, 횡성댐 유역의 강우량은 예년의 67%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수도권 식수원인 소양강댐과 충주댐 저수량이 모두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하천 유지용수가 급격히 줄고 급수차 등을 이용해 비상용수를 공급하는 처지다. 가뭄이 지속되면 해당 지역의 주민들이 어떤 상황에 놓일지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대구경북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대구경북은 다목적댐 4개(안동댐'임하댐 등)와 용수댐 4개소(영천댐'운문댐 등)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댐 유역 평균 강우량은 예년 대비 64% 선에 머물고 있으나 댐 간 연계 및 효율적 저수지 운영 등으로 평균 저수량이 예년 대비 109%로 그나마 형편이 낫다. 댐 용수를 공급받는 지역은 홍수기 전까지 필요한 양만큼 공급할 수 있다. 그러나 물 관리자인 한국수자원공사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댐 용수가 적정선에 미치지 못하는 경북 북부지역 때문이다. 과거 30년간 관련 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해당 지역 강우량은 울진 56%(158㎜), 영덕 56%(152㎜), 봉화 53%(153㎜), 영주 73%(221㎜)에 불과했다.
사실 이러한 기상 상황의 변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현상이다. 과거 150년간 지구 평균기온은 0.7℃, 해수면은 약 15㎝ 상승했다. 한반도 역시 지난 100년간 기온이 1.5℃ 올랐다. 해수면은 최근 40년간 22㎝ 높아져 기록적인 홍수와 주기적인 가뭄으로 인한 건천화와 생태계 파괴 등 기후변화의 징후가 뚜렷하다.
가뭄을 이겨 나가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물에 대한 국민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 한정된 수자원에 대한 경각심과 물 절약을 위한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도 확보된 수자원의 통합관리와 개발을 통해 활용성을 극대화하는 중장기 대책을 세워야 한다. 특히 추가 수원이 필요하면 지하수와 강변 여과수 개발, 중소 규모 댐 건설 등 다양한 수원 확보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대비해야 한다. 이미 확보된 수자원의 효율적 활용도 중요하다. 남는 물의 지역 간 재배분을 위해 통합물관리(IWRM)나 지역 간 거버넌스 등 상생 협력도 절실하다.
우리와 미래세대의 생존과 직결된 수자원의 효율적 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후변화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수자원 정책을 발굴하고 수행하는 일은 궁극적으로 국민 안전, 행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권부현/한국수자원공사 대구경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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