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간첩을 잡읍시다

입력 2015-06-15 05:00:00

중국 춘추시대 때 오나라의 손무가 쓴 것으로 알려진 손자병법은 계(計)에서부터 용간(用間)까지 모두 13편이다. 마지막 편인 용간에서 손자는 간자(間者), 즉 간첩을 사용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그는 간첩을 다섯 종류로 나눴다. 그 지방 사람을 간첩으로 사용하는 인간(因間), 그 나라 관리를 사용하는 내간(內間), 적국의 간첩을 사용하는 반간(反間), 거짓으로 드러나게 일을 벌여 적국의 간첩으로 하여금 적에게 알리게 하는 사간(死間), 적국에 들어가 염탐한 뒤, 살아 돌아와 그 첩보를 알리는 생간(生間) 등이다.

정보를 얻기 위한 간첩 사용은 전쟁 때는 말할 것도 없고, 미'소가 대립한 냉전시대 때에도 끊임없었다. 1980년대에 미국 CIA 요원이면서 소련 KGB 첩자였던 알드리치 에임즈나 영국 주재 소련 KGB 지국장이던 올레그 고르디에프스키가 영국 정보부 정보원으로 밝혀진 사건 등은 손자병법의 내간이나 반간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의 김경협 수석사무부총장이 트위터에서 누리꾼과 논쟁을 벌이다 "새정치연합은 김대중'노무현 정신 계승"이라며 "친DJ'친노는 당원의 자격이 있으나 비노는 당원 자격이 없고 새누리당원이 잘못 입당한 것"이라고 했다. 또 "새누리당 세작(細作)들이 당에 들어와 당을 붕괴시키려 하다가 들통 났다"는 글을 올렸다.

이는 지난 4'29 재'보궐선거 참패 뒤 당을 쇄신하겠다며 출범시킨 혁신위원회가 친노'운동권 출신 인사 위주로 구성됐다는 비판에 대해 김 사무부총장이 대응하면서 나왔다. 세작은 간첩이라는 뜻이다. 그에 따르면 비노 세력은 새누리당원이자 당을 붕괴시키려는 간첩인 셈이다.

손자는 틀렸다. 김 사무부총장에 따르면 간첩의 종류에 최소한 둘 정도는 더 보태야 한다. 먼저 비노 세력이다. 이들은 새누리당도 모르는 간첩이다. 그러니 권력의 핵심은 아니지만, 적국과 아무 연관 없이 간첩질을 하는 종류가 있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김 사무부총장처럼 권력의 핵심에 있으면서 자중지란을 일으켜 적국을 이롭게 하는 종류의 간첩이다.

그동안 여당의 수없는 패착에도 야당이 국민의 지지를 제대로 얻지 못한 것은 지도부의 잘못이 아니라 수없는 간첩 때문이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야당은 그들이 싫어하는 유신시대로 돌아갔다 와야 한다. 전봇대마다 붙어 있던 '간첩을 잡읍시다'라는 포스터를 잘 보고 당내 간첩부터 철저하게 잡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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