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동료 교사와 회식까지…전교생 과반수 이상과 접촉
경북에서 처음으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고교 교사 Y모(59) 씨가 의심 증상이 나타난 뒤에도 1주일 동안 병원을 다니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등 일상생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Y씨와 직접적으로 접촉한 학생, 교직원뿐만 아니라 Y씨가 다녔던 동네 의원에서 접촉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경북도에 따르면 Y씨는 지난달 27일과 31일 희귀 혈관질환을 앓고 있는 아들의 진료를 위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찾았다. 포항의 고교 교사인 Y씨는 지난 2, 4일에는 조퇴를 했고 1, 3, 5일에는 정상적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Y씨는 이 학교의 정보처리과 담당교사로 1~3학년 학생 59명을 지도했다. 이 학교 전교생 수가 81명임을 감안하면 과반수의 학생이 Y씨와 얼굴을 맞대고 수업을 한 셈이다. 아직 학생들 가운데서는 설사 등 식중독 증세로 결석한 학생을 제외하면 메르스 의심 증상을 보이는 학생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Y씨가 지난 5일 동료 교사들과 회식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보건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회식 문화 특성상 술잔이 돌며 타액을 옮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역학조사팀은 이들이 식사를 한 식당 종사자들에 대해서도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병원 내 감염도 우려된다.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느낀 Y씨는 경주 3곳, 포항 1곳 등 지역의 의원 4곳을 돌았다. 지난 1일에는 근육통 등을 호소하며 경주의 이운우내과에서 진료를 받았고, 2일에는 피부질환으로 포항의 서울의원을 방문했다. 3일과 4일에는 경주 서울내과와 이피부과의원에서 잇따라 진료를 받았다. 경북도는 메르스 확진 판정이 난 12일 낮부터 해당 의료기관 4곳을 휴진토록 하고, 역학조사팀을 파견해 Y씨의 병원 방문 당시 함께 대기실에 있던 환자들을 추적하고 있다. 그러나 Y씨가 처방약을 구입한 약국에 대한 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임현술 동국대 경주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비슷한 시간에 머물렀던 환자들은 파악할 수 있겠지만 환자와 함께 찾은 보호자까지 완벽하게 파악하긴 쉽지 않다"면서 "접촉자 전체를 완벽하게 추적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Y씨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에 대한 역학조사도 필요한 상황이다. 경주의 한 고층 아파트에 살고 있는 Y씨는 평소 이웃과 왕래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Y씨가 탑승했던 엘리베이터 등을 통해 전염됐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현재 자가격리 중인 Y씨의 부인도 교사여서 만약 Y씨의 부인이 메르스 의심 증상을 보인다면 접촉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경북도는 Y씨로 인한 '4차 감염자'가 나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Y씨가 지난 1일부터 근육통 등의 증상은 보였지만 발열 등 전형적인 메르스 감염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르스는 무증상인 상태에서는 전염되지 않는다는 게 통설이다.
이원경 경북도 보건정책과장은 "만약 Y씨로 인한 4차 감염자가 발생했다면 이미 방역망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현재로선 추가 감염 환자는 나오지 않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포항 신동우 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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