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일반병실 24시간 개방…어린이·노약자 다함께 우르르, 병실 거주 간병 등 개선할때
10일 저녁 대구 중구 한 대형병원 응급실. 입구에 출입 통제를 위한 임시 초소가 설치돼 있었지만 출입을 막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응급실 내부에는 보호자나 면회객들이 자유롭게 오가고 있었다. 한 환자의 보호자는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오가는데 솔직히 또 다른 질병에 감염될까 불안하다"고 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이 대부분 병원 안에서 이뤄지면서 입원 환자를 찾아가는 '한국식 병문안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일 메르스 양성반응을 보인 40대 임신부는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던 어머니를 만나러 갔다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이 임신부 외에도 메르스 확진자 108명 중 환자의 가족이거나 병문안을 갔다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26명(24.0%)에 달한다.
이처럼 병문안을 위해 병원에 갔다가 감염된 환자가 늘어나면서 한국만의 독특한 병문안 문화가 이례적인 메르스 확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통상적으로 가족이나 주변 지인이 병원에 입원하면 병문안을 가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박순우 대구가톨릭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우리는 친지나 지인이 아픈데도 찾지 않으면 야박한 사람이 돼버린다. 환자를 찾아 위로하는 것이 환자 정서상으로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상당히 위험한 행위다. 방문객이나 환자 모두에게 감염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특히 일반 병실은 누구에게나 24시간 개방돼 있어 감염에 더욱 취약하다. 5, 6명의 환자가 함께 생활하는 다인실 경우 보호자나 간호인, 병문안을 오는 지인들까지 수많은 사람이 시간과 관계없이 병실을 오고 간다. 응급실도 마찬가지다. 환자의 병명조차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보호자와 가족들이 무분별하게 방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일반 병실도 중환자실처럼 환자 1명당 한 사람만 면회하고 면회 시간을 제한하는 등 통제 방식의 시스템이 자리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병원 내 감염의 위험성은 이전부터 꾸준히 지적돼왔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감염 위험을 낮추는 면회 시스템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했다.
또 병간호 문화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가족 대신 전문 간호 인력이 환자를 돌봐야 병원 내 감염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감염학회 관계자는 "굳이 메르스가 아니더라도 병문안을 위한 면회는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린이나 노약자를 동반해 환자 병문안을 가는 것은 피하고 환자와 가족이 병실에서 함께 지내는 병간호 관행도 이번을 계기로 싹 바꿔야 한다"고 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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