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국민동요 '산토끼'를 작사'작곡한 이일래(1903~1979) 선생의 아들이 90여년 만에 노래 발상지를 찾아 당시 부친의 흔적을 되짚는 시간을 가졌다.
이 선생의 1남2녀 중 막내이자 외아들인 이명학(61) 씨는 지난 5일 창녕군 이방면에 만들어진 산토끼 노래동산과 부친이 근무했던 이방초등학교를 방문, '이일래 선생 산토끼 노래 장학금'을 전달했다.
현재 서울에서 자동차 관련 무역업체를 경영하는 명학 씨는 이날 "내년부터 이방초교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에게 1인당 50만원씩을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졸업생들에게는 항상 음악을 가까이 하라는 의미에서 통기타 1대씩을 졸업 선물로 주겠다"고 약속했다.
산토끼 노래는 일제강점기인 1928년 가을 창녕군 이방면 이방보통학교(현 이방초등학교)에 재직하던 이일래 선생이 직접 노랫말을 쓰고 곡을 만들었다.
당시 이 선생은 첫째딸인 명주(당시 1세) 양을 안고 학교 뒷산인 고장산에 올라가 지는 해 바로 앞에서 산토끼가 깡충깡충 뛰노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때 이 선생은 "우리 민족도 하루빨리 해방이 돼 저 산토끼처럼 자유롭게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을 떠올렸고 그 자리에서 노래 가락을 만들었다. 곧장 집으로 내려와 오선지에 곡을 쓰고 가사를 붙여 만든 노래가 바로 '산토끼'다.
'산토끼'는 일제의 압박 속에 있는 국민의 심정을 토로한 억눌린 항일사상이 담겨 있는 애국의 노래다. 또 맑은 정서인 동심이 가득한 노래로 작곡 당시에는 이방초등학교 전교생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해 이웃 학교를 거쳐 전국으로 널리 퍼졌다. 당시 어린이들은 노랫말이 좋아 너도나도 따라 불렀고, 어른들은 토끼로 비유되던 국토와 조국을 잃은 서러운 마음을 노래에 실었다.
특히 토끼형상의 국토를 떠올리고 민족감정을 유발시켰다는 이유로 일제가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 선생은 일제의 탄압을 피해 자신을 숨겼고, 해방과 6'25 전쟁 등 격변기를 거치면서 '산토끼'는 작사'작곡 미상으로 남아 있었다. 이후 1938년에 출판된 '조선동요 작곡집'의 영인본이 1975년도에 나오면서 뒤늦게 '산토끼'가 그가 만든 노래임이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이 선생이 작사한 산토끼의 노랫말은 '산토끼 토끼야 너 어디로 가나/ 깡충 깡충 뛰어서 너 어디로 가나/ 산고개 고개를 나 넘어 가아서/ 토실토실 밤송이 주우러 간단다'로 돼 있었지만 어감상 부르기 쉬운 현재의 노랫말로 바뀌게 됐다.
경남 창녕군은 이일래 선생의 음악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3년 11월 사업비 110억원을 들여 이방면 안리 일대 4만9천910㎡에 '산토끼 노래동산'을 조성했다.
산토끼 노래동산 조성사업을 주도한 손흥태(56'계성면장) 사무관은 "이일래 선생이 만든 '산토끼' 노래는 창녕군이 보유한 여러 문화유산 가운데서도 매우 뛰어난 것"이라며 "특히 이 선생의 후손이 직접 관심을 가져 '산토끼' 노래가 국민동요로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창녕 김성우 기자 swkim@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홍준표 대선 출마하나 "트럼프 상대 할 사람 나밖에 없다"
나경원 "'계엄해제 표결 불참'은 민주당 지지자들 탓…국회 포위했다"
홍준표, 尹에게 朴처럼 된다 이미 경고…"대구시장 그만두고 돕겠다"
언론이 감춘 진실…수상한 헌재 Vs. 민주당 국헌문란 [석민의News픽]
"한동훈 사살" 제보 받았다던 김어준…결국 경찰 고발 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