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메르스포비아

입력 2015-06-08 05:00:00

미국이 에볼라 바이러스 공포에 휩싸인 것은 지난해 9월이었다. 20일 댈러스 공항을 통해 입국 후 고열에 시달리다 텍사스 프레스비테리언병원에 입원했던 라이베리아 출신 남성이 28일 에볼라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은 후부터였다.

미국 보건당국은 발칵 뒤집혔다. 즉각 이 남성이 45세의 '토마스 에릭 던컨'이라고 신상을 공개했다. 그가 치료받던 병원명도 공개했다. 던컨이 거주하던 아파트를 공유했던 4명과 그를 치료했던 의료진, 잠복 기간 던컨과 접촉한 사실이 있는 샘테스비 중학교를 포함한 4개 학교명과 접촉한 5명의 학생까지 격리 조치한 사실을 밝혔다. CNN 등 언론은 보건당국이 출동해 그가 거주하던 아파트를 긴급 방역하는 모습을 실시간 중개했다. 미국인들 중 적어도 정보를 얻지 못해 에볼라 감염 위험이 있는 사람과 접촉했다가 병에 걸릴 위험은 없었다.

던컨이 10월 8일 사망하고 그를 치료했던 병원 간호사 '니나 팸'과 '엠버 빈슨'의 2차 감염 사실이 잇따라 확인되자 미국인의 공포는 '피어볼라'(에볼라 공포증)로 피어올랐다. 정부는 이들이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있는 에몰리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을 것이라는 사실 역시 신속히 공개했다. 정보의 불평등이란 목소리는 애초부터 나올 수 없었다. 공포가 휩쓸었지만 미국 내 에볼라 확진 환자는 11명이 전부였다. 이들 중 첫 환자였던 던컨과 시에라리온 국적 의사 마틴 살리아 등 2명만 숨졌다. 나머지 9명은 모두 완치해 두 발로 걸어나갔다.

우리 보건 당국이 7일 뒤늦게 메르스 확진환자 발생'경유 의료기관 24곳을 공개했다. 이미 정부가 숨기려 해도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된 상황에서다. 발 빠른 사람들은 SNS 등을 통해 어느 병원인지를 다 공유하고 있었다. 병원 이름을 모르고 있는 사람들은 바이러스에 취약한 노인층일 뿐이다. 정보의 불평등을 욕하는 사람들이 정권을 손가락질하자 그제야 정부가 방침을 바꿨다. 보건복지부가 국민 건강을 위하는 양 비공개 운운하며 병원 감춰주기에 급급한 사이 '메르스'는 '메르스포비아'(메르스공포증)가 됐다. 확진 환자는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사망자도 꾸준하다.

대다수는 스스로 감염자와 접촉한 줄도 모르고 있다가 당한 사람들이니 억울하기 짝이 없을 노릇이다. 메르스 전파보다 병원이름 전파를 더 겁낸 보건 당국의 위선에 넌더리가 난다. 덕분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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