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틀어쥔 정부…민간 '메르스 지도' 만들어 공유

입력 2015-06-06 05:26:55

국민 70% "정부 대책 신뢰하지 않는다"

평택에 다녀왔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의심환자로 신고된 구미 고교생 4명(본지 5일 자 1면 보도)이 5일 1차 검사에서 모두 음성판정을 받아 대구경북 지역민들이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의심환자로 분류된 이 학생들 외에도 경기도 평택의 채용박람회를 다녀온 고교생이 대구경북에 15명 더 있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구미시보건소는 메르스 의심환자로 신고된 고교생 4명 중 3명이 1, 2차 유전자 검사에서 최종 음성판정을 받았다고 5일 밝혔다. 국가지정격리병상에 격리된 고교생 1명의 2차 검사 결과는 6일 이후에 나올 예정이다. 보건 당국은 이 학생도 최종 음성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도는 이들과 함께 지낸 학생 23명과 가족 1명 등 24명을 자가격리 조치한 상태다.

구건회 구미보건소장은 "2차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온 만큼 격리 해제하고 당분간 지속적으로 관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메르스 환자가 거쳐 간 병원에 대한 정보가 처음부터 공개됐다면 이런 소동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병원 정보 미공개가 학생들 스스로 감염원을 피할 기회까지 차단하고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 뻔했다는 것이다.

당시 고교생은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메르스 환자가 거쳐 간 평택성모병원을 찾았다가 대기 시간이 너무 길자 다른 병원으로 옮겨 검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학교 교장은 "채용박람회 방문 시 해당 병원에 메르스 환자가 거쳐 갔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서 "평택을 방문한 여고생의 친척이 질병관리본부에 방문 사실을 신고했고, 구미시보건소를 거쳐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더구나 채용박람회를 위해 평택을 방문한 대구경북 학생이 19명에 이르러 보건 당국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는 채용박람회를 위해 평택을 방문한 고교생 3명을 관찰대상으로 분류했다. 경북의 경우 고교생 16명이 평택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증상이 나타난 학생은 없어 해당 보건소에서 관찰하고 있다. 경산의 여고생 2명도 평택의 한 병원에서 신체검사를 받은 뒤 현재 증상 여부를 관찰 중이다.

그러나 경북도교육청은 평택을 방문한 학생들이 16명에 이른다는 사실을 하루 늦게 공개하고 그 학생들이 어느 지역에 거주하는지 밝히길 거부한 채 증상 발현 여부만 관찰하고 있다.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지만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감추기에 급급한 것이다.

지역의 한 종합병원 감염내과 전문의는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잠복기라도 세심하게 관찰하고 한발 앞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구미 정창구 기자 경산 김진만 기자 장성현 기자 채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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