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수상자 선정'스타 섭외…주최 측 몇 달 전부터 '전쟁'

입력 2015-05-29 05:00:00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 후보와 신경전도 치열

흔히 시상식을 두고 '축제'라는 표현을 쓴다. 그러나 그 준비 과정을 들여다보면 '전쟁'이란 말이 더 적합하다. 주최 측 담당자들은 본 행사에 앞서 몇 달 전부터 예산 책정부터 스폰서 확보, 또 방송 편성 조율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낸다. 일단, 행사가 진행될 수 있는 기본 바탕이 마련되면 본격적인 심사 과정에 들어간다. 시상식의 '알맹이' 만들기가 시작되는 셈이다.

심사 방식은 시상식마다 다르다. 대개 5, 6인에서 많게는 10명 안팎의 심사위원들이 시상식을 위해 투입되는데 대부분 대중문화계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백상예술대상의 경우 방송 부문과 영화 부문 심사를 따로 진행한다. 이때 주최 측 관계자들은 본의 아니게 심사위원들과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펼쳐야 한다. 행사를 위해 미리 그려놓은 '그림'에 최대한 근접한 심사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어느 정도'는 유도하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논쟁이 펼쳐지기도 하지만 대개 상호 간 의견 조율을 통해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낸다. 만약 '공정성'을 목표로 오직 심사위원들의 투표 결과에만 의존하다가는 '광해' 한 편에 15개 부문의 상을 몰아준 대종상처럼 논란의 여지를 남길 확률만 커진다. 대중과 관계자가 최대한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수상 결과를 만들어내고 시상식의 재미까지 살리려면 심사 과정에서도 치열한 머리싸움이 필요하다.

심사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섭외에 들어간다. 각 부문 수상 후보들과 시상자, 그리고 축하무대에 오를 셀러브리티와 연예인들을 행사에 부르기 위한 작업이다. '후보에 올랐으면 오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연예인들의 기세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후보 한 명을 행사장에 앉혀놓는 것도 쉽지가 않다. 특히 최우수상 후보에 오를 정도의 스타라면 소속사 매니저들이 먼저 수상 결과를 알아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기 마련이다. 매너 좋은 연예인들은 후보에만 이름을 올려도 참석 의사를 밝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상을 주면 가고 아니면 안 간다"고 '딜'을 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주최 측은 더 분주해진다. 수상 결과를 알려줘 수상자만 데려올 수도 없는 노릇. 그러다 보면 어떻게든 후보들을 데려오기 위해 치밀한 '밀당'을 이어가야 한다. 심지어 시상식 당일까지도 수상 결과를 알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연예인, 또는 기획사 관계자들이 있다. 일정과 관계없이 그저 '상을 못 받으면 안 가겠다'고 버티는 이들이 많다는 말. 이렇게 되면 주최 측에서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 대체가 힘든 경우라면 몰라도 후보들이 쟁쟁해 심사 당시 득표 수도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면, 행사의 모양새를 위해 아예 수상자를 바꿔버리는 것도 방법이다. 섭외 과정에서 '진상'을 부리다 상을 놓치는 이들도 종종 나온다.

시상식 당일에는 넋이 나갈 정도로 바빠진다. 레드카펫 행사 시작과 동시에 스타들의 '간 보기'가 시작된다. 가장 좋은 타이밍에 멋지게 입장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행사가 끝난 후 상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진상'을 부리는 이들도 있다. 매니저를 시켜 주최 측에 항의하거나 앞으로 해당 행사에 오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화려하게 빛나는 축제의 현장, 그 이면은 이처럼 지독하게도 치열하다.

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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