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유지비' 年 80억원 의원님 쌈짓돈으로

입력 2015-05-28 05:00:00

검찰 수사로 알려진 국회의원 '특수활동비' 정체는?

'성완종 리스트'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검찰의 자금 추적을 받은 돈의 출처를 '국회 대책비'라고 언급하면서 국회의원 특수활동비의 정체가 세간에 알려졌다.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된 신계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직책비를 아들 유학자금으로 썼다"고 밝혀 돈의 출처를 특수활동비로 돌렸다.

구체적인 사용 규정도, 영수증도 필요없는 국회 특수활동비의 정체는 뭘까?

◆상임위원장 매달 600만~700만원

지난해 기획재정부 '예산 및 기금 운영계획 지침'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다. 기밀 유지, 국정수행 등 모호한 단어로 포장했지만 이는 사실상 국회의원 보직 수당이다.

국회 사무처는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16명, 상설 특별위원장 2명, 비상설 특별위원장 10명을 비롯해 교섭단체 양당 원내대표에게 특수활동비를 지급한다. 보직이 겹치면 받는 특수활동비도 늘어난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정보공개 청구를 해야 알려줄 수 있다"며 국회 특수활동비의 정확한 규모를 함구했지만 매년 8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국회 상임위원장에게 지급되는 돈은 매달 600만원에서 700만원 사이다. 전체회의가 거의 열리지 않는 몇몇 특별위원회 위원장들에게도 일반 상임위원장들과 똑같은 경비가 지급된다.

한 상임위원장실 관계자는 "특수활동비는 위원장 개인을 위해 쓰는 돈이 아니라 상임위 활동을 하라고 주는 거다. 명확한 규정이 없다고 위원장 혼자 다 쓰면 욕 먹는다"며 "전체회의가 거의 열리지 않는 특위 위원장은 특위 소속 위원들에게 50만원씩 나눠주기도 한다"고 했다.

특수활동비는 상임위원장에게 지급되지만 실무 협상을 진행하는 양당 간사에게 나눠주는 것이 관례며 현금으로 거래한다고 국회 관계자들은 귀띔했다.

익명을 요청한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 의원님이 지난해에 상임위 간사를 했는데 위원장실에서 매달 약 100만원씩 받았다. 위원장실에서 연락이 오면 직원을 보내 현금을 받아온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상임위원장실 관계자는 "회사로 치면 부장, 임원들 보직 수당 같은 거라고 보면 된다. 회의가 결렬되면 위원들을 끌고 가서 밥도 먹고 하는데 이럴 때 밥값을 위원장이 낸다. 공무수행을 위해 쓰라고 주는 돈인데 홍 지사처럼 집에 갔다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 구멍 '숭숭' 특수활동비 집행 규정

문제는 허술한 특수활동비 집행이다. 이후에 사용 내역을 정산하거나 영수증을 내야 한다는 규정은 법 어디에도 없고 현금으로 유용할 수 있다. 홍 지사와 신 의원이 돈의 출처를 특수활동비로 돌린 것도 국민에게 도덕적 비판은 받을지 몰라도 법의 심판은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원내대표를 지낸 홍 지사가 "나한테 넘어오면 내 돈인데 그거 집에 갖다주는 게 무슨 (문제냐)"이라고 당당하게 말한 것은 특수활동비 사용 규정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입법을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신 의원도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시절 받은 직책비를 현금으로 찾아 아들 유학 자금으로 썼다고 했다.

상임위원장이 국회사무처 직원들에게도 특수활동비를 나눠준다는 주장도 나왔다. 해당 상임위에 소속돼 회의 때마다 고생하는 사무처 직원들에게 상임위 운영비 및 회식 명목으로 100만원가량을 지급한다는 것.

한 의원실 관계자는 "수석전문위원, 전문위원, 입법 조사관, 행정 보는 직원 등 상임위에서 일하는 사무처 직원들이 많으니 여기에도 돈을 준다"고 주장했다.

특수활동비 문제가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 국회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국조 특위' 위원장이었던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1년 3개월간 받은 활동비 9천만원을 국회에 반납했다. 15개월간 회의 한 번 안 했는데 특수활동비가 지급됐다는 논란이 일자 심 의원이 세비를 반납하기로 한 것이다.

특수활동비가 국회의원 쌈짓돈이라는 국민 비판이 쏟아지자 여야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특수활동비 문제에 대해 "사용을 전부 카드로 제한하면 해결된다"며 신용카드 사용을 제안했고, 새정치연합은 특수활동비 제도개선 대책단(TF)을 꾸려 27일 첫 회의를 열었다.

황수영 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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