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똥' '몽실언니' 등 주옥같은 동화 작품을 남긴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은 가난과 병고로 점철된 삶을 마감하는 그 순간까지도 세상의 어린이들을 애틋하게 여기는 마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그는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 마을 교회의 문간방 종지기로 살기도 했고, 교회 뒤편 빌뱅이언덕 아래 작은 흙집을 짓고 혼자 살면서 작품활동을 했다. 또 임종 때는 모든 유산과 인세를 남북한과 분쟁지역 어린이들을 위해 써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렇게 동화같이 천진무구한 삶을 살다간 권정생 선생의 문학세계를 어린이들이 직접 찾아와서 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폐교를 활용해 만든 공간이 바로 안동시 일직면에 있는 '권정생 동화나라'이다. 그런데 지난해 8월 개관한 기념관 시설이 벌써 부실 공사 논란에 휩싸였는가 하면, 콘텐츠 부족과 운영 미숙으로 관람객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방문객들에 따르면 동화나라 기념관은 찾기부터 어려운데다, 조악한 체험시설과 허술한 유품 및 기록물 전시 등에 실망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권정생 동화나라'는 어린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어른 눈높이에 맞춰 지은 실패작으로 전면 개보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권정생 선생의 삶과 문학을 기리기 위해 31억원의 예산을 들여 애써 지은 기념관의 현주소가 이 정도라니 실로 유감이다.
지자체에 따라서는 실낱같은 이야깃거리도 확대 포장을 하고, 없는 스토리도 만들어내 지역 이미지 향상과 문화관광객 유치에 힘쓰는 판국이다.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진 동화작가의 특별하고도 소중한 자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미래세대에 대한 어른들의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다.
선생의 문학 정신과 삶의 흔적을 동화 속의 이야기와 연계하면 어린이들의 아름다운 상상력을 길러줄 더없는 문화유산이 될 것이다. 이참에 원점에서 다시 생각한다는 각오로 동화나라 기념관이 권정생 선생의 작품세계와 어린이를 위한 마음을 오롯이 담은 제대로 된 어린이 테마파크로 거듭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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