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질환 바로 알기] (중)종양이 모두 암은 아니다

입력 2015-05-13 05:00:00

오전 진료를 시작하기 전부터 병원에 나와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 중에는 진짜 심각한 병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어느 날, 20대 여성이 어머니와 함께 필자의 출근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밤 우연히 가슴에서 혹을 발견한 그는 "혹시 암이 아닐까 싶어 한숨도 못 잤다"고 했다.

초음파검사를 해 보니 혹은 없고 흔히 '가슴에 알이 들어 있다'고 표현하는 섬유낭성변화만 있었다. 섬유낭성변화는 대부분의 여성에게 발견되는 것으로 건강에 문제가 없다.

종양은 세포의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세포들이 계속적으로 증식하여 생기는 병이다. 세포들이 증식을 하면 세포들의 덩어리가 멍울로 만져지게 된다. 유방은 겉으로 드러나 있는 장기이기 때문에 본인들이 스스로 만져서 멍울을 찾아낼 수가 있다.

그런데 유방에는 암이 아니고도 멍울로 만져지는 것들이 많이 있다. 유방은 유선 세포와 지방과 섬유조직으로 이뤄져 있다. 이런 섬유조직이 뭉쳐 멍울로 만져지는 경우가 흔하다. 이를 섬유낭성변화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여성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조직을 갖고 있다.

섬유낭성변화는 넓게 퍼져서 탄력 있게 만져진다. 멍울 전체가 고운 입자의 진흙처럼 뭉글뭉글할 수도 있고, 군데군데 쌀알이 섞인 찰흙 덩어리처럼 표면이 우툴두툴한 경우도 있다. 섬유낭성변화는 생리 직전에 더 단단하고 커지다가 생리를 시작하면 작아지고 부드러워진다.

반면에 종양은 콩알이나 밤톨처럼 잘 구분되는 멍울로 만져지는 경우가 많다. 종양은 암인 악성 종양과 암이 아닌 양성 종양이 있다. 유방에서 가장 흔히 생기는 양성 종양은 섬유선종이다. 섬유선종은 조약돌처럼 매끈한 표면을 가지고 있으며 주위 유선조직과는 잘 구분되고, 유방 안에서 돌아다닌다. 코르크 마개처럼 탄력 있게 만져지기도 하고 조약돌처럼 단단한 경우도 있다.

유방에서 만져지는 종양의 80%는 이런 섬유선종이다. 그래서 종양이 만져지더라도 암을 먼저 떠올리고 겁을 낼 필요가 없다. 섬유선종은 맘모톰이라는 기계를 이용해 흉터를 거의 남기지 않고도 간단히 제거할 수 있다.

'암'(癌)은 돌처럼 단단하게 만져진다. 암을 뜻하는 'cancer'는 무엇이든지 몸에 닿은 것은 꽉 붙잡고 놓지 않는 '게'의 라틴어인 'cancer'에서 유래됐다. 고대 최고의 의학자로 꼽히는 갈레노스는 암에서 사방으로 뻗쳐나오는 정맥의 모양이 게의 다리와 닮았다고 했다. 암은 돌처럼 단단하고 표면이 거칠고, 모가 난 자갈처럼 불규칙하거나 울룩불룩한 모양으로 만져진다.

일반인이 손으로 만져 멍울이 섬유낭성변화인지 섬유선종인지, 유방암인지 구분하긴 어렵다. 이런 경우 초음파검사를 받으면 쉽게 구분할 수가 있다. 유방암의 가장 흔한 증상은 멍울이기 때문에 유방에서 멍울이 만져질 때에는 꼭 정확한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이동석(분홍빛으로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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