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범에…대구도시철도 보안 뚫렸다

입력 2015-05-12 05:00:00

악의적 의도 가진 테러범 침입했다면 '아찔'

대구도시철도 2호선 사월역에 정차해 있던 전동차 외부 측면에 낙서범들이 분홍색과 녹색으로
대구도시철도 2호선 사월역에 정차해 있던 전동차 외부 측면에 낙서범들이 분홍색과 녹색으로 'Blind'라고 대형 낙서를 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대구도시철도공사 제공

대구도시철도 보안에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 10일 새벽 도시철도 환기구를 뚫고 들어온 낙서범들이 정차해 있던 열차에 페인트 낙서를 남기고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대구도시철도공사가 범인들의 도시철도 역사 침투나 범행 사실을 사후에 CCTV를 통해 확인한 것으로 드러나 지하철 방화 참사의 아픔을 겪은 대구도시철도 안전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대구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20분쯤 도시철도 2호선 사월역 임시차고지(주박지'主縛地)에 정차 중이던 열차 외벽과 유리창에서 래커로 그려진 대형 낙서인 그라피티가 발견됐다. 2명의 낙서범은 CCTV를 통해 이날 오전 2시 7분쯤 사월역에 침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도시철도역과 지상 사이에 연결된 환기구로 침입했다. 사월역에는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있어 도시철도 운행이 중단되는 시간대에 선로로 진입할 수 있는 경로는 환기구뿐이다.

지상에 설치된 환기구 입구에는 외부에서 침입하지 못하도록 자물쇠를 설치해 뒀지만 이들은 절단기로 자물쇠를 잘랐고, 환기구 내부 청소를 위해 설치된 사다리를 타고 역 내부로 들어갔다. 낙서범들은 약 30분간의 작업을 마친 뒤 다시 들어왔던 환기구를 통해 유유히 빠져나갔다.

이처럼 낙서범들이 손쉽게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은 임시차고지에 보안이나 감시 시스템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차량기지의 경우 상주하는 경비인력이 밤시간대에도 순찰 및 감시를 하는 반면 도시철도역 종점과 10m가량 떨어져 연결된 임시차고지에는 도시철도 운행이 끝나면 녹화용 CCTV 외에는 보안 시설이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번 범행도 발생 3시간여가 지난 뒤에야 차량 출고 준비를 하던 지하철 승무원에 의해 발견됐다.

대구도시철도의 임시차고지는 각각 1호선에 2곳, 2호선에 4곳이 있다. 임시차고지 주변에는 이번 범행에 이용된 것과 비슷한 환기구가 총 116개가 있지만 모두 별다른 보안 시설 없이 잠금장치만 돼 있다.

이번 사건 소식을 들은 시민들은 다중이용시설인 대구도시철도 보안이 너무 쉽게 뚫린 것에 대해 불안하다는 입장이다. 도시철도 2호선을 자주 이용한다는 김모(41) 씨는 "단순히 낙서를 하는 데 그쳤지만 낙서를 한 사실을 뒤늦게 알았을 만큼 보안이 이렇게 허술한지 몰랐다"며 "혹여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테러범이 침입했다면 어떨지 생각하기도 싫다"고 말했다.

공사 측은 이를 의식한 듯 사건이 발생하자 이날 오전 비상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116개의 환기구에 용접을 보강하고 시정 장치를 추가로 설치했다. 이번처럼 침입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차량기지와 주박지 등에 경비 및 보안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그라피티(graffiti)-벽이나 화면에 스크래치 기법이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분무기로 내뿜는 방법으로 그린 낙서 같은 그림이나 문자. '긁다'나 '긁어 새기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에서 비롯된 용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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