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승용 "친노 패배주의가 패인" 정청래 "사퇴, 공갈치는 게 더 문제"
우리 정치인들의 화근은 '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막말 파동으로 선거 판세를 갈라 적진에 이로움을 주고, 책임지지도 못할 말을 해 정치수명을 단축시키기도 한다.
성완종 게이트와 공무원연금 개혁 정국에서도 정치인들의 '가벼운 입'은 그냥 지나치지를 못했다. 허언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8일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선 촌극이 연출됐다. 4'29 재보궐선거 완패 책임론을 두고 문재인 대표의 입장 표명을 요구해 왔던 주승용 최고위원이 회의석상에서 "이번 주까지 자제하겠다고 했지만 문 대표가 아무 말도 없어 입이 간질간질해 한마디 하겠다"며 '친노 패권주의'가 패배의 원인이라 지적했다.
그러자 정청래 최고위원이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할 것처럼 '공갈' 치는 게 더 큰 문제다. (주 최고위원은) 단결에 협조하는 게 좋다"고 따졌고, 주 최고위원은 "치욕적인 생각이 든다. 저는 지금까지 공갈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주 최고위원은 "저는 사퇴합니다. 모든 지도부들은 (재보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며 회의석상을 빠져나왔다. 당 관계자와 언론인이 가득한 공개석상 자리에서 저급한 단어가 등장하며 집안싸움이 공개된 것이다.
대의원과 당원, 동료 의원들을 설득해 어렵게 얻은 직을 내던지는 것은 여당에서 먼저였다.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은 걸핏하면 직(職)을 거는 가벼운 처신으로 도마에 올랐다. 김 최고위원은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와 관련, 최근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직을 걸고 이 개혁안을 철회시키겠다"고 말했다. 4'29 재보선 압승으로 김무성 대표를 등에 업고 '선거의 남왕'이라 치켜세운 지 닷새 만의 발언이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해 11월 개헌론이 일자 경제활성화를 위해 개헌 논의를 해선 안 된다며 최고위원직 사퇴표명을 했고 10일 뒤 사퇴를 번복하면서 입방아에 올랐다.
가벼운 입 때문에 정치생명이 위협받는 경우도 있었다. 정치권을 강타한 '성완종 리스트' 파문 속에서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 중 "만약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14일 "한 치의 부끄럼도 없느냐"라는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의 질의에 "저는 한 나라의 국무총리다. 어떤 증거라도 좋다(있으면 대라)"며 목숨을 건 것이다.
'죽고 사는 것이 혀의 권세에 달렸나니…' '현명함은 열 가지로 만들어진다. 그 중 아홉 가지는 침묵이고 나머지 하나는 간결한 말이다'
잠언과 스코틀랜드 속담처럼 우리 정치권이 품격있는 언어사용과 유머로 국민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흐르게 하는 날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일까?
서상현 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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