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진료비 4년 만에 72% 늘었다

입력 2015-04-29 05:00:00

몸 안 아파도 매일 병원 출퇴근…작년 1조801억·1인당 286만원

#1 포항 흥해읍에 사는 김모(83) 할아버지는 10년째 동네 정형외과로 '출퇴근' 중이다. 무릎이 아파 병원을 찾았다가 단골손님이 됐는데, 김 할아버지 입장에서는 이만한 건강관리가 없다. 김 할아버지는 "1천500원만 내면 주사와 물리치료를 모두 받을 수 있고 의사와 대화를 나누며 다른 건강관리까지도 가능하다"고 했다.

#2 정모(85'영덕군) 할머니는 15년째 동네의원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의사는 사흘에 한 번만 오라고 하지만 할머니는 매일 병원을 찾는다. 경로당에서 놀다가 또래 친구들과 병원을 찾아 물리치료를 받는 게 하루 일과다. 할머니는 "병원을 하루라도 빠지면 몸이 좋지 않은 느낌이 들어 더욱 열심히 간다"고 말했다.

급격한 고령화로 노인 진료비가 급증하고 있다.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빠른데다 노인들도 병원을 안방 드나들 듯,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대구경북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지난해 말 2조1천211억원으로 2010년에 비해 39.1%나 늘어났다.

특히 75세 이상 노인들의 진료비 상승폭이 컸다. 지난해 지역 75세 이상 노인이 쓴 진료비는 1조801억원으로 4년 전(6천286억원)에 비해 71.8%나 폭증했다. 이들은 1인당 연간 진료비도 높다. 65~74세 노인들의 1인당 진료비는 190만1천원인데 비해 75세 이상은 286만6천원으로 100만원 가까이 더 든다.

진료비가 폭증하는 이유는 몸이 아프지 않아도 하루 일과처럼 병원을 찾는 노인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들 입장에서는 건강에 대한 염려도 해소하고 소일거리도 된다는 것. 실제로 75세 이상 노인들이 병원을 찾는 날은 1년에 59.1일로 2010년(55.3일)에 비해 6.8%가 늘어났다.

영주의 한 내과의원 원장은 "전날 약을 처방받고도 또다시 찾아와 치료를 해달라거나 하루가 멀다 하고 아프다며 물리치료를 받는 환자도 있다"면서 "그렇다고 아프다는 환자를 내쫓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푸념했다.

급증하는 노인 진료비는 건강보험 재정에 빨간불을 켜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5년 뒤인 2020년엔 노인 진료비가 전체 진료비의 절반에 가까운 45.6%에 육박할 전망이다. 특히 55세 이상 65세 미만 예비 노인 진료비가 1조45억원에 이르고, 증가율도 4년 만에 31.6%나 급등하는 등 건보 재정이 갈수록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예전엔 집에서 간병하던 치매 노인들도 최근엔 대부분 요양병원 등에 입원, 병원비를 더 쓰고 있다"면서 "만성질환 등 노인 진료비의 효과적인 관리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으며 대책 마련에 실패하면 심각한 건보 재정 불안 사태가 올 것"이라고 했다.

영주 마경대 기자 kdma@msnet.co.kr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박승혁 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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