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얼굴 33인 33색
40여 년간 '얼굴'을 주제로 작업해온 재불 화가 권순철 '얼굴'(Face) 전이 6월 21일까지 봉산문화회관 제4전시실에서 열린다.
가로 15m, 세로 5m 크기의 'ㄷ'자 벽면을 풍상을 견뎌낸 흔적이 생생히 느껴지는 얼굴 드로잉 작품 33개가 빼곡히 채우고 있다. 한지에 그려진 얼굴들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질곡의 역사와 힘든 세월을 버텨온 할아버지'할머니의 얼굴이다.
33은 1919년 3월 1일 기미독립선언서를 낭독한 민족대표 33인이다. 이들의 국가와 민족을 향한 '생존' 울림에 힘겨운 일상을 견뎌낸 서민들의 '생존' 울림이 겹쳐져 더 애잔하게 느껴진다.
마주 보는 벽면에는 검은색 바탕 위에 불편하게 무릎을 꿇은 채로 가슴을 위로 들어 올리며 허리를 세운 자세의 인체 그림 '넋-몸' 이 마주한다. 두껍게 바른 다양한 물감 색상과 재질감이 돋보이는 이 그림은 33점의 '얼굴'이 지닌 생경한 두려움에 대응하듯 평안하면서도 조용하다.
이처럼 권 작가의 얼굴 작품에선 거친 붓질로 캔버스에 짙은 색 물감을 두껍게 쌓아 올린 얼굴마다 굴곡진 세월의 흔적이 새겨져 있다. 꽉 다문 입과 고뇌 어린 눈빛을 담은 무거운 표정에서 그들이 짊어진 삶의 무게에 대한 애잔한 연민이 생겨난다. 농부의 얼굴 주름이 땅의 이랑을 닮았듯이, 광대의 얼굴에는 희로애락의 주름이 새겨지고 지식인의 주름에는 고뇌의 흔적이 묻어난다.
김윤수 미술평론가는 "온갖 풍상을 겪으며 살아온 한국의 노인네 얼굴이고 그 표정이다. 늙고 주름진 얼굴, 순박한 혹은 근엄한 얼굴, 기나긴 인고의 노동이 새겨진 얼굴, 수심에 지친 표정 등, 우리들이 어릴 때부터 보아온 이 땅의 평범한 할아버지'할머니들의 삶의 진지함과 엄숙함이 있다"고 했다. 봉산문화회관 정종구 큐레이터는 "권 작가의 얼굴은 살아있는 약자로 거친 세상을 힘겹게 생존하는 보통 인간의 존재감과 더불어 동의할 수 없는 뭔가에 저항하면서도 처연함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권 작가는 서울대 회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88년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 중이며, 재불 한국 작가들을 위해 '소나무 협회 아틀리에'를 결성해 중심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 1992년 제4회 이중섭 미술상을 받았다. 053)66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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