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일부터 14일까지 이어지는 '봄 관광주간'이 가정의 달인 5월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가족단위로 휴가를 떠나려는 이들이 줄을 서면서 관광업계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반면 아이를 맡길 곳 없는 맞벌이나 놀러 갈 형편이 못 되는 학부모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관광주간은 지난해부터 시행됐지만 세월호 참사 여파로 적용되지 않았고, 올해는 전국 초'중'고교의 단기 방학이 시행되면서 명절에 맞먹는 대규모 이동 행렬이 예상되고 있다.
◆여행업계 '방긋'
5월 관광주간을 앞두고 항공편, 여행상품, 숙박 등은 동난 지 이미 오래다. 내달 초 대구국제공항을 출발해 홍콩, 대만 등 해외로 가는 인기 항공권은 이미 지난해 전 좌석 예약이 끝났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5월에는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등 휴일이 많아 기본적으로 좌석을 구하기 힘든 데다 관광주간까지 겹쳐 예약 전쟁이 더욱 치열했다"며 "다음 달 홍콩으로 가는 전세기가 모두 매진됐고, 하루 세 편 대구-제주도를 오가는 항공편 역시 5월 한 달 중 평일 일부를 제외하곤 예약이 거의 끝났다"고 했다.
여행사의 여행상품도 국내'외 여행지를 불문하고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높다. 대구 한 여행사에 따르면 5월 첫째, 둘째 주 오사카, 제주도, 중국 장가계 등으로 가는 상품 20여 개가 이미 두 달 전에 예약이 끝났다.
관광주간 동안 문화체육관광부와 제휴해 할인 이벤트를 실시하는 숙박업소들 역시 예약이 꽉 찼다. 호텔 '히로텔'(중구 동인동)은 관광주간 홈페이지에서 쿠폰 사진을 찍어 오거나 인쇄해 온 관광객에게 숙박비의 20%를 할인해 주는데 관광객 예약률이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20% 이상 늘었다.
대구 중구 종로2가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공감'도 이미 한 달 전 주말 객실이 다 찼고, 평일에는 80% 이상 예약이 완료됐다. 공감 게스트하우스 관계자는 "국내 관광객 손님이 많이 늘었는데, 특히 가족단위로 머물 수 있는 4인실의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할 수 있는 체험학습도 인기다. 올해 10회째를 맞는 대구수목원의 '토요자연체험교실'은 역대 최고 인기를 누릴 전망이다. 매년 5월 토요일마다 열리는 체험교실은 선착순 각 50명 모집에 보통 일주일이 넘게 걸렸지만 올해는 3, 4일 만에 다 찼다. 김병도 대구수목원 연구사는 "예약 취소자가 있기를 기대하며 예비 순번을 받아놓고 기다리겠다는 사람도 30명이나 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했다.
◆못 쉬는 맞벌이 부모는 울상
관광주간에 휴가를 받지 못하는 맞벌이 직장인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학교도 올해 이 기간 중 단기 방학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돌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전국 시도 교육청에 '학사운영 다양화'내실화' 지침을 내려 단기 방학이 올해 처음으로 실시되고, 문화체육관광부도 올 2월 전국 시도교육청에 관광주간 협조를 요청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관광주간인 다음 달 1일부터 대구시 초등학교 221곳, 중학교 124곳, 고등학교 92곳 중 초교 한 곳만 빼고 모두 짧게는 3일, 길게는 10일 동안 단기 방학에 들어간다.
회사원 김지영(33'북구 금호동) 씨는 "근로자의 날에 쉬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인 우리 회사 분위기에 관광주간은 그림의 떡"이라며 "관광주간을 활성화하려면 휴가를 내지 못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관광주간 며칠을 아예 임시 공휴일로 정해 의무적으로 쉬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초교 2학년 자녀를 둔 이은미(43) 씨는 "딸이 다니는 학교가 다음 달 1일부터 5일까지 단기 방학을 해 3일 저녁 할머니 집에 데려다 줬다가 4일 저녁에 데리고 와 어린이날을 함께 보낼 계획"이라며 "관광주간을 생각하면 속상하고 아이들에게 미안할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관광주간은 계속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여름철에 집중된 휴가를 비수기로 분산시켜 연중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고 내수 진작을 위해 지난해 관광주간을 마련했다. 관광주간은 5월 첫째, 둘째 주와 10월 마지막 두 주씩, 1년에 봄'가을로 두 번 시행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관광주간을 처음 도입한 지난해엔 세월호 참사로 제대로 적용되지 못했지만 올해는 전국 초'중'고등학교가 단기 방학까지 하며 동참하는 만큼 호응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광주간 총 일수와 혜택도 지난해보다 확대됐다. 관광주간은 봄'가을 포함, 지난해 총 22일에서 올해는 28일로 늘어났고, 관광정보 제공을 위해 전국 '알뜰여행코스 20선'도 펴냈다.
고영진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정책과 사무관은 "이번 봄 관광주간 때 참여도와 반응을 분석해 올가을 등 앞으로의 관광주간 방향과 규모 결정에 참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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