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쌍발엔진' 식어간다…싼 인건비 찾아 잇따라 해외 눈독

입력 2015-04-28 05:00:00

경북의 쌍발엔진, 포항과 구미의 엔진 출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세계적 철강경기 부진 속에 포항의 철강 기업들이 비틀거리고 있고, 전자산업도시 구미를 떠받쳐온 삼성전자'LG전자 양대 축 역시 저렴한 인건비를 좇아 구미를 떠나 해외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포항'구미의 위기는 경북 전체는 물론, 대구권에도 여파를 미칠 수밖에 없어 대구경북 전역으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포항철강공단 내에서 생산과 고용을 이끌던 대표 철강업체인 동국제강. 이 회사는 최근 제품경쟁력 약화와 후판생산량 재고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을 견디다 못해 포항제강소 내 연산 150만t 규모의 후판2공장에 대한 영구폐쇄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셰일 가스에도 불황이 닥치면서 셰일가스를 뽑아내는 데 필요한 대형 파이프를 생산하는 포항의 대표 기업들도 힘을 잃어가고 있다.

직원들의 급여만으로 따지면 포항 전체에서 3위권에 들 정도로 탄탄한 세아제강은 셰일가스 생산 중단 여파를 견디다 못해 구조조정을 고민하고 있다. 넥스틸도 아웃소싱 부분에 대한 구조조정을, 아주베스틸도 외국인 근로자와 아웃소싱에 대한 구조조정을 해 생산량을 줄일 방침이다.

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공공기관인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동해지사가 포항을 떠나 강원도로 이전한다는 방침을 밝히자 포항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는 중이다.

대한민국 수출을 이끌어왔던 구미는 기업들의 역외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LG계열사들이 잇따라 베트남 진출을 확대, 구미산업단지가 '빈 공단'으로 변할지 모른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LG전자는 지난달 27일 LG전자 베트남 하이퐁 캠퍼스 준공식을 가졌다. LG전자는 협력사와 함께 80만여㎡ 규모의 부지에 하이퐁 캠퍼스를 만들어 TV'휴대전화'세탁기'청소기'에어컨 등 가전은 물론,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부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이미 2008년 베트남 북부 박닌성, 2013년 타이응우옌성에서 각각 대규모 휴대전화 공장을 가동 중인 가운데 호찌민에도 70만㎡ 정도 규모의 TV 중심 소비자가전(CE) 복합단지 '사이공 하이테크 파크'를 2017년 완공 목표로 건설 중이다.

삼성'LG계열사들의 잇단 베트남 투자 확대로 구미공단 내 협력업체들도 베트남 진출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구미 지역의 경제지원기관들은 베트남에 투자하면서 대기업들과 동반 진출한 구미 지역 중소기업은 최소 30~40개 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구미상의 한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가면 구미 산업단지의 공동화가 몇 년 안에 닥치고 구미 간부급 근로자들의 주거지인 대구에도 심각한 타격이 갈 것"이라며 "지방기업에 대한 세제혜택'규제완화 등 인센티브를 지금이라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미 이창희 기자 lch888@msnet.co.kr

포항 박승혁 기자 psh@msnet.co.kr

신동우 기자 sdw@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