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하는 고국 네팔을 도와주세요"

입력 2015-04-28 05:01:39

대구경북 거주 네팔인 1500명 뜬눈으로 밤샘

네팔 지진 참사를 지원하기 위한 각국 정부와 구호기관의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27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 대한적십자사 긴급구호종합센터에서 관계자들이 구호 물품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네팔 지진 참사를 지원하기 위한 각국 정부와 구호기관의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27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 대한적십자사 긴급구호종합센터에서 관계자들이 구호 물품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족들이 걱정스럽지만 갈 수도 없고 가슴만 졸이고 있습니다."

네팔인 카말(38) 씨는 고국의 지진 사태 이후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있다.

대구 성서공단의 한 자동차부품공장에서 일하는 그는 지진으로 인해 삼촌과 조카 등 친척 6명을 잃은데다 아내와 두 자녀도 집이 무너져 노숙생활을 하고 있다. 카말 씨는 "피해 소식이 계속 이어질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하루에 한 번 가족과 1~2분 통화하는 게 전부라 답답하다"고 했다. 가족 걱정에 당장에라도 네팔로 날아가고 싶지만 비행기 값 부담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네팔 지진으로 인한 피해 규모가 커지면서 대구에 거주하는 네팔인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대구 지역에 거주하는 네팔인은 공식 집계된 수치만 680여 명. 불법체류자와 경북 거주자를 합치면 대구경북 지역 내 네팔인은 1천500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사고 소식이 전해진 26일 이후 네팔인이 모이는 곳마다 슬픔이 넘쳐나고 있다. 네팔인 아지트로 유명한 중구 덕산동 한 식당에는 고국을 걱정하는 네팔인들이 모여 속속 전해지는 안타까운 소식에 발을 구르는 모습이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네팔인 반데 씨는 "평소 주말에는 고향 사람끼리 모여 시끌벅적한 분위기인데 26일부터는 서로 가족 안부를 묻고 추가 피해 소식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일부 네팔인들은 고국을 돕기 위한 활동에 팔을 걷어붙였다. 26일 오후 동성로에서는 10여 명의 네팔인이 모여 성금 모금 활동을 펼쳤다. 모금 활동에 참여한 한 네팔인 여성은 "다행히 우리 가족은 무사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은 마음에 나왔다. 다들 일을 하고 있어 매주 주말마다 나와 모금활동을 벌일 생각이다"고 했다.

네팔인들을 향한 온정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28일 계명대 교직원으로 구성된 봉사단체는 네팔인을 위해 써달라며 2천만원, 대구경북국제교류협의회도 1천만원의 성금을 주한 네팔 대사관에 전달했다.

주한 네팔 명예영사인 윤성도 계명대 동산의료원 교수는 의료팀을 꾸려 네팔 현지로 의료 봉사를 계획하고 있다. 의료팀은 지난 2002년 네팔 카트만두 현지에 설립된 '동산진료소'에서 지진으로 다친 네팔인들을 치료한 바 있다. 윤 교수는 "의료진을 꾸려서 다음 주 초쯤 파견할 예정이다. 현재 대구에 거주하는 네팔인 중 가족이 피해를 본 사례도 파악해 도움을 주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