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신영(27'여) 씨는 한 달 전쯤 아찔한 경험을 했다. 골목길을 걸으며 스마트폰 SNS로 친구와 채팅을 하다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보지 못해 부딪힐 뻔한 것이다. 깜짝 놀란 이 씨는 손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바닥에 떨어뜨렸고, 액정이 깨져 버렸다. 스마트폰이 망가진 것도 속상한데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심한 욕설까지 들어야 했던 이 씨는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휴대전화를 배상해 달라고 할 수도 없고 정말 불쾌하고 속상했다"며 "그 뒤로는 길을 걸을 때 절대 휴대전화를 만지지 않는다"고 했다.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길거리 돌발사고가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을 보면서 귀에 이어폰까지 꽂은 보행자들도 많아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큰 실정이다.
22일 정오 경북대 북문 앞. 보행자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한 보행자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스마트폰을 보느라 고개를 숙이고 걷다 마주 오던 보행자와 부딪쳤다. 또 다른 보행자는 스마트폰을 보느라 인도 위에 놓인 입간판에 부딪치기도 했다.
좁은 골목에서는 상황이 더 위험해 이어폰을 낀 채 스마트폰을 보던 한 보행자는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오토바이와 충돌할 뻔했다. 그런데도 이 보행자는 이내 다시 스마트폰을 보면서 가던 길을 계속 갔다.
대학생 이진호(24) 씨는 "한번은 스마트폰으로 야구경기를 보며 길을 걷다가 앞에 있는 가로수에 부딪친 적이 있다"고 했고, 안선미(29) 씨는 "주로 SNS 채팅을 하면서 길을 걷는데 중간에 대화를 끊기 어려워 스마트폰을 계속 사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이준수(39) 씨는 "자전거를 탈 때 가장 무서운 사람이 귀에 이어폰을 꽂고 스마트폰을 보며 걸어가는 사람"이라며 "스마트폰을 보느라 횡단보도의 보행자 신호가 끊긴 줄도 모르고 계속 횡단보도를 건너는 위험한 경우도 종종 본다"고 전했다.
실제 스마트폰 때문에 발생하는 사고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안전공단과 현대해상이 2013년 스마트폰 사용이 보행 안전에 미치는 위험성을 조사한 결과 스마트폰 사용에 따른 보행자 사고가 2009년 437건에서 2012년 848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김태호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공학박사는 "2012년 이후에도 스마트폰 사용에 따른 보행자 사고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며 "사고 당시 보행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었다면 보행자 과실도 일부 인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남균 계명대 심리학과 교수는 "스마트폰은 흥미 위주의 내용을 제공하고, 또 편리하게 들여다볼 수 있어 사람들이 길 위에서도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고 있다"며 "워낙 몰입 정도가 심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잘 끊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정래 도로교통공단 대구지부 교통공학박사는 "아무리 차가 천천히 움직인다 하더라도 보행자의 걸음보다는 빠르다"며 "보행자는 주변의 위험 상황을 시각이나 청각으로 알아차려야 하는데 스마트폰을 보면서 음악을 들을 경우 이를 막아버리기 때문에 사고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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