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통신] 정치와 스포츠

입력 2015-04-24 05:00:00

기자는 꽤 오랫동안 스포츠 현장을 쫓아다녔다. 그 까닭에 생소한 정치부로 자리를 옮긴다고 했을 때 지인들이 "스포츠와 정치는 닮은 부분이 많다"고 귀띔해 줬다. 낯선 분야로 첫발을 내딛는 기자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려는 의도가 다분했지만 영 틀린 말은 아닌 듯했다.

정치와 스포츠는 상대가 있고, 또 그 상대를 눌러야 비로소 내가 사는 냉정한 승부의 세계다. 두 분야 모두 승자와 패자가 공존할 수 없으니 결코 져서는 안 된다. 2등에게 주어지는 찬사나 영광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 둘은 주객(酒客)들의 단골 안주라는 점에서도 닮았다. 그들이 벌이는 플레이와 결과를 두고 주객들은 내 편, 네 편으로 갈려 갖가지 해석으로 관전평을 쏟아낸다.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하니 굳이 전문가나 해설위원이 아니라도 한마디쯤은 거들 수 있다.

탁구선수 출신의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정치와 스포츠의 공통점을 "예측하기 어렵고 타이밍이 중요한 것"이라고 꼽았다.

마치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딱 맞아떨어지는 두 사례를 마주했다. 예기치 못한 돌발변수가 닥쳐왔을 때 이완구 국무총리는 타이밍을 잡지 못했고, 한화 김성근 감독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결과는 크게 엇갈렸다.

이 총리는 망자가 남긴 메모에 이름이 오르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닥쳤을 때 억울함만 호소하다 결국은 스스로 총리직을 내려놔야 했다.

최단명 총리라는 불명예는 물론 그의 정치생명에도 크나큰 상처를 입었다. 진실은 검찰 수사 등으로 밝혀지겠지만 의혹의 시선이 자신을 향할 때 좀 더 솔직했어야 했다.

여러 번 주어진 기회를 말 바꾸기로 버티다 그만 타이밍을 놓쳐버린 것이다.

22일 열린 한화와 LG 경기서 한화 김성근 감독은 잘 던지던 선발투수 유창식이 타자의 공에 맞아 더는 공을 던질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자 이를 승부처로 보고 타자의 특징에 맞춰 투수를 연이어 투입했다. 4회에만 무려 불펜투수 3명을 마운드에 올려 보냈고, 위기를 막아냈다.

김 감독은 승장이 됐다. 결과가 해석을 낳지만, 어쨌든 이날 승부처는 그 순간이었고, 김 감독은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정치와 스포츠, 둘의 공통점이 추가되려면 정치인들의 페어플레이 정신이 보태져야 한다. '성완종 리스트'를 빌미로 한 여야 공방에 '개혁' '민생법안' 처리는 뒷전이 됐다. 뭐가 국민을 위한 것인지를 두고 경쟁하는 정치인의 페어플레이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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