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침략의 역사도 관광상품화…性문화조차도 서슴지 않고 마케팅
일본과 중국은 지금 가히 문화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해도 그리 지나친 말이 아니다.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 윈난성 리쟝고성을 동티베트 샹그릴라와 연계해 세계의 휴양도시로 만들고 있는 중국이나 게이샤 문화까지도 자국문화 세계화에 이용하고 있는 일본의 무한경쟁을 두고 볼 때 "과연 우리 전통문화가 이대로 머물러 있어서야 앞으로 설 자리가 있겠느냐"는 의문에 부닥친다.
일본은 한반도침략도 세계인들을 유인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 일본 후쿠오카와 교토를 둘러보면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신세가 된 우리 전통문화가 보인다.
◆한반도 침략의 거점 후쿠오카
후쿠오카 공항 입국장에 세워 둔 붉은색의 '하카다 키욘 야마카사' 라는 가마경주 축제의 상징물. 대단히 공격적이고 험상궂기 이를 데 없다.
눈을 치켜뜬 형상은 허리춤에 두 자루의 칼을 차고 있으며 삼지창을 비껴들고 곧장 달려들 기세다. 보고만 있어도 해학과 익살, 풍자가 줄줄 흐르는 우리 하회탈춤의 분위기와는 너무나 딴판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일본 후쿠오카는 한반도 침략의 거점이었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유린하고 무고한 백성들을 마구 살육한 가토 기요마사와 고니시 유키나가, 구로다 나가마사 등 왜장들은 모두 후쿠오카 출신이다.
"일본은 전통 민속문화에서도 공격적인 사무라이들의 정서가 바탕에 다분히 깔려 있습니다. 침략이라는 단어는 일본인들에게 만큼은 그리 거부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지요."
안동시청 김재교(57) 문화예술과장이 하카다 키욘 야마카사를 한참 쳐다보다가 한마디했다. 실제로 키욘 야마카사는 가마를 둘러멘 7개 팀이 도심 거리를 이리저리 누비고 난폭하게 질주하면서 승부를 겨룬다. 마치 조선의 수도 한양을 서로 먼저 차지하려 경쟁하던 임진왜란 당시 가토 기요마사와 고니시 유키나가의 행적을 대중들의 민속으로 이어 오다 축제화한 것처럼 보인다. 매년 7월 보름쯤 열리는 이 축제에는 관광객이 200만 명이나 몰린다.
일본의 침략적 문화는 후쿠오카 남부 야나가와(柳川)에 있는 번주 집안 고택인 '오하나'에서도 느낄 수 있다. 수십 개의 병사 투구를 처마 끝에 매달아 둔 이 고택의 살벌한 모습은 선비정신이 스며 있는 우리 한옥 고택의 고즈넉한 분위기와는 너무나 다르다.
이 집 주인인 타치바나(立花) 가문은 대대로 물려 온 갑옷과 칼, 창, 조총을 진열해 두고 군웅할거 시대의 전공을 관광객들에게 자랑하고 있다. 후대에 증축한 서양식 건물과 함께 연못과 소나무를 심은 정원이 잘 가꿔져 있어 일본인들은 이곳에서 전통 결혼식도 올리는 등 음산한 분위기에 아무 거리낌이 없다.
그러고 보면 후쿠오카는 임진왜란 때도 그랬지만 구한말에도 반도를 침략하고 수탈하는 창구역할을 했다. 일본 전통문화 일각에는 분명히 살육이 본능이라는 왜곡된 사무라이 정신이 숨어 있는 것이다.
◆게이샤 문화도 세계화
"400년 전 임진왜란 당시 처참했던 한반도 백성들의 비명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합니다."
교토시내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신사 앞 귀무덤을 찾은 하회별신굿 선비탈과 할미탈이 비탄에 잠긴다. 봄비가 하염없이 내리는 귀무덤 앞에 400년의 한이 흐르는 듯 한동안 둘 다 말이 없다. 주택가 골목길 입구에 아무렇게나 방치돼 있는 귀무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살육하고 그 시신에서 귀를 잘라 가져 왔는지 적잖은 무덤 크기가 400년 전 참혹했던 조선반도를 말해 주고 있는 듯하다.
"이 귀무덤은 오도이 토성 등과 함께 도요토미 히데요시 관련 유적 중 하나이며, (중략) 히데요시가 일으킨 임진왜란은 한반도 민중들의 끈질긴 저항에 의해 패퇴함으로써 막을 내렸으나…." 교토시는 한글 안내판을 통해 귀무덤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안내판 내용은 당시 왜란을 진압한 조선 육군 수장인 권율과 세계 해전사에 명제독으로 기록된 삼도수군절통제사 이순신의 존재를 애써 부정하려는 듯하다.
안내판은 그냥 '한반도 민중들의 저항'에 의해 임진왜란이 끝났다고 적고 있다. 천하를 통일하고 막부가 되려 한 도요토미는 전장에서 무고한 조선 백성들의 귀를 베어 내 소금에 절이고 당시 왜국의 수도인 이곳에 쌓아두는 잔인한 짓을 서슴지 않은 것.
그러고 보니 귀무덤을 둘러보던 선비탈에 귀가 없다. 각시탈도 마찬가지다. 이제 생각하니 양반탈, 부네탈, 백정탈도 다 그렇다. 갑자기 하회탈 모두가 검은 탈보로 귀를 감싸 숨기고 탈춤을 추는 게 떠오른다. 400년 전 조선반도의 참화를 의미하는 것처럼 다가온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17곳이나 등재하고 있는 교토시는 모든 문화유산이 곧 관광자원이다. 2천992건에 이르는 문화재는 물론이고 관광수익 증진을 위해서는 거리낄 것이 없다. 뭐든지 문화산업화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교토시는 2020년까지 연간 1조엔의 관광수익을 목표로 다양한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추진 중입니다."
교토시 민속문화재과장 무라카미 타다요시(56) 씨는 "'교토 관광진흥계획 2020'은 교토지역 내에서 자고 가는 관광객 늘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게 요지"라고 설명한다. 현재 110만 명 수준인 외국인 숙박 관광객 수를 2020년까지는 300만 명으로 늘린다는 것. 지난해만 해도 연간 관광객이 5천만 명을 돌파했으며 관광수익도 7천억엔(한화 7조원)을 넘어섰다.
교토시는 오는 2020년까지 연간 관광수익 1조엔(한화 10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기온 마츠리' 등 다양한 전통문화 행사를 연중 반복 연출하고, 기후협약과 같은 국제행사 유치에 총력을 기울인다고 한다. 특히 게이샤(기생)와 마이코(견습 게이샤) 등 일본 기생문화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관광산업화를 모색 중이라는 것.
게이샤 문화를 통해 일본 전통옷 기모노의 장점을 홍보하고 전통악기인 샤미센 연주와 전통여관인 료칸의 목욕문화도 관광자원화와 문화 세계화에 더욱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다시 말해 일본은 관광산업을 위해서는 게이샤의 짙은 화장도 지구촌 세계인들을 유인할 수 있다면 자산이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와 다른 점이다.
◆반도수호의 문화 창출해야
전통도시 교토뿐만 아니라 반도침략의 거점인 후쿠오카에 이르기까지 일본은 온통 자국 문화의 세계화를 위해 유무형 문화유산 복원과 관광 소재 개발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일본 기후현의 세계유산인 갓쇼즈쿠리 갈대 초가목조 고가옥의 시라카와고도 산촌마을 중심부만 남겨 두고 주변지역에다 관광성을 쌓았다. 오기마치 마을 중심부인 0.2㎢ 이외에는 주변 동서남북에다 모두 6개의 스키 리조트를 조성하고 오토캠프장과 아트파크, 콘도를 유치해 관광객들이 머물면서 즐기는 곳으로 탈바꿈시켰다.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특성을 살려 작은 산촌마을을 소재로 자연을 관광 상품화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험준한 고산준령에 터널을 뚫어 도로 대신 개미굴처럼 이어 놔 일본 어느 곳에서도 교통 불편이 없도록 접근성을 좋게 했다.
세계유산이 된 지 5년째인 안동 하회마을 주변도 지금 한창 개발 중이다. 경북도청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자연스럽게 세계유산 하회마을과 연계돼 하회마을 입장에서 보면 가만히 앉아서 관광개발 효과를 얻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좀 더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는 시점이다. 도청이 옮겨 와 하회마을 주변지역 개발과 관광객 편의시설 확충은 선택이 아닌 필수과제로 등장한 때문만은 아니다. 문화혁명 당시 스스로 버린 전통문화를 다시 복원하는 중국이나 수탈과 침략, 성(性)문화조차도 서슴지 않고 관광상품화하는 일본의 자국문화 세계화 정책은 지금 분명 전통문화 침략, 문화 식민지화로 다가서기 때문이다.
"일본 후쿠오카에 반도 침략의 문화가 있다면 우리 안동에는 우리나라를 지키는 반도 수호의 문화가 분명히 있습니다. 웅도 경북의 중심 신도청권의 하회마을은 반도 수호 문화의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회별신굿 부네탈 손상락(56) 학예사는 서애 류성룡을 비롯해 수많은 선열들이 대를 이어 가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던져 온 하회마을 태극권역의 역사적 사례는 신도청권에서 반도 수호의 문화를 독창적으로 창출해 내는 새로운 시대의 전통문화 콘텐츠가 되고도 남는다고 역설한다.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 끝대목에서 '나의 소원'을 통해 '우리나라는 문화 수준이 한없이 높은 나라였으면 좋겠다'고 하셨지요."
후쿠오카와 교토를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김재교 과장이 백범일지 얘기를 들려 준다. 군사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정도인 나라, 경제력은 굶지 않고 먹고 살만한 나라라고 소원한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은 저급한 왜색문화와 국적불명의 문화가 넘쳐 나는 작금에 비추어 볼 때 광복 70주년인 올해를 기점으로 우리 전통문화가 가야 할 방향을 가르쳐 주고도 남는 말씀이다.
신도청권전략기획팀
권동순 기자 pinoky@msnet.co.kr
심용훈 객원기자 goodi6864@naver.com
사진작가 차종학 cym478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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