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전휘의 약초 <21> 불면증을 개선하고 배뇨를 돕는 원추리(훤초근/萱草根)

입력 2015-04-20 17:06:49

원추리. 원추리는 날것으로 먹을 경우 식중독 사고 위험이 높아 반드시 데처서 식용해야 한다.
원추리. 원추리는 날것으로 먹을 경우 식중독 사고 위험이 높아 반드시 데처서 식용해야 한다.

원추리는 가을에도 마른 잎이 떨어지지 않고 새싹이 자랄 때까지 싹을 덮어준다. 원추리의 이런 모습은 어머니가 아기를 보호하는데 비유하여 예로부터 어머니의 사랑을 상징한다. 그래서 중국에서 어머니날에는 원추리 꽃을 선물하기도 하며 우리나라에서도 남의 어머니를 훤당(萱堂)이라 부르는 건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원추리는 망우(忘憂)로도 불리는데 근심을 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는 원추리가 아침에 꽃을 피고 저녁에 꽃을 닫기 때문에 걱정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제로도 꽃 봉우리는 진정작용이 있어서 불면증을 개선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원추리는 또 다른 이름으로 의남(宜男)이라고도 불렀다. 임신부가 꽃 봉우리를 지니고 있으면 아들을 낳게 된다고 유래된 것으로 실제로 원추리의 어린 꽃 봉우리가 남자아이의 고추를 닮아서 아들을 낳고 싶은 임신부가 꽃 봉우리를 허리춤에 차고 다녔던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조선시대의 회화에서도 원추리 꽃이 바위와 함께 등장하는 이유도 역시 아들 낳고 장수하라는 의미에서이다.

원추리 꽃이 실제로 아들을 낳는데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없으나 산후의 젖 분비량을 늘리는 등의 실제로 출산 후의 보조식품으로서의 의미가 있다. 돼지족발과 같이 달여 마시면 출산 후 젖(乳汁)이 나오지 않아서 생기는 유선 염을 완화한다. 유선 염에는 뿌리를 찧어서 붙이기도 한다.

▶식품으로 이용하기

새싹 잎을 데쳐 먹는 외에도 꽃‧줄기를 한꺼번에 담금 물‧ 양념장‧ 초간장과 섞어 소금 절임 하여 먹는다. 나물로 먹기 전에 말리면 더욱 좋다. 다 큰 잎은 데친 뒤 말려서 나물로 말린 뒤 물에 불려서 무쳐 먹는다.

시인 신동엽의'꽃대가리'라는 시는 부제가 원추리 인데 시인이 원추리를 보면서 토장국 냄새를 떠올릴 만큼 된장국에도 넣어 먹는다.

동의보감에도 어린 싹을 끓여먹거나 꽃망울을 따서 생절이로 먹으면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고 하여 꽃을 미리 말렸다가 요리할 때 미지근한 물에 불려서 잡채의 재료로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다. 매년 원추리를 캐서 날 것으로 먹다가 식중독 사고가 생긴다. 원추리의 성분 중에는 통풍관절염에 약용으로 하는 성분(콜히친)이 포함되었기 때문인데 익히지 않고 식용하다가는 발열, 구토, 설사, 복통,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데친 뒤 2시간 동안 물에 담갔다가 나물로 먹어야 한다.

한편, 원추리는 또 다른 이름으로 녹총(鹿葱)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이는 상사화, 여로의 이명(異名)과 동일한 것으로 이는 여로의 잎과 유사한 측면도 있지만 그만큼 독성이 있음을 경고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차로 이용하기

뿌리에는 이뇨작용이 있어 배뇨를 원활하게 하고 요로결석 등으로 인한 증상을 완화하므로 뿌리를 생강즙 또는 생강 달인 물에 찐 뒤 달여 마시면 방광염 등의 증상을 개선한다. 소변이 시원하지 않은 전립선염 증상에는 의이인(薏苡仁)을 같이 달여 차로 장기간 마신다.

동의보감에는 뿌리를 찧어서 즙을 마시면 술로 생기는 황달을 치료한다고 전한다.

▶술로 이용하기

원추리는 담금 주 1.8L 기준으로 꽃을 포함한 신선한 전초 600g을 세척 후 건조한 뒤 먼저 용기에 넣고 술을 8부 정도 붓고 입구를 봉하여 서늘한 곳에서 2개월 숙성하여 아침저녁 소주잔으로 한잔씩 복용한다.

이때 증상에 따라 요로결석 등의 증상이 있을 때는 뿌리를 포함하고 불면증이 있을 때는 꽃과 지상부를 채취하여 술을 담그면 된다. (도서출판 백초 대표/명예한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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