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남긴 물포럼…오합지졸로 만들어진 조직위, '힘껏' 무너뜨린 지역 자존심

입력 2015-04-17 05:00:00

자격루 사고 원인 규명 없고, 회의 통역 중계도 지원 안돼

지난 12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7차 세계물포럼 개회식 퍼포먼스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주요 인사들이 자격루(물시계) 모형을 작동하는 줄을 당기자 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행사를 지켜보던 각국 참가자들이 일어나 스마트폰으로 현장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지난 12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7차 세계물포럼 개회식 퍼포먼스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주요 인사들이 자격루(물시계) 모형을 작동하는 줄을 당기자 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행사를 지켜보던 각국 참가자들이 일어나 스마트폰으로 현장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세계물포럼 개막식 당일부터 터진 '자격루 사고'로 물포럼 조직위원회의 미숙함이 도마 위에 올랐다. 12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주요 인사는 퍼포먼스로 자격루 모형과 연결한 줄을 당겼다. 자격루 줄을 당기면 물 항아리 3개가 옆으로 미끄러지면서 인형이 북을 치게 되는 퍼포먼스였지만 정작 줄이 이어진 자격루가 무너지는 대형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대구는 물론 한국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 해당 퍼포먼스를 준비한 조직위는 사고가 난 뒤 지금까지 제대로 된 원인규명은커녕 해명도 안 해 많은 의혹을 불러왔다. 더구나 궁색한 변명은 시민의 화를 키웠다. 김모 씨는 "줄을 '힘껏' 당겨서 자격루가 무너졌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어느 누가 받아들이겠느냐"며 "대구라는 도시를 깔본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행사를 맡은 E업체에 대한 온갖 소문이 나돌면서 조직위가 물포럼을 제대로 운영할 의지가 없다는 비난도 나왔다. 한 행사업체 관계자는 "자격루 사고를 보면서 이런 퍼포먼스를 그대로 진행하라고 지시한 조직위가 '안전'을 생각했는지 의심스러웠다"며 "중앙정부에서 오합지졸로 만들어낸 조직위가 과연 전문가 집단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얼굴을 붉혔다.

조직위의 미숙함은 외신들이 모인 미디어센터에서도 연이은 '불만'으로 이어졌다. 자료들이 부족했던 것은 물론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세션은 센터 내에서 통역이 지원되지 않아 국내 기자들을 당황케 했다. 12일 개막식 포럼 등록장에서도 미디어 분야는 사전 등록자의 자료가 지워져 복구하는 과정에서 신청자가 누락되는 등 불편을 불러왔다.

조직위의 미숙함은 대구시와 경북도가 적극적으로 포럼을 준비해온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대구시는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2013년 세계에너지총회 등 굵직한 행사를 치른 경험을 제대로 살릴 기회조차 갖지 못했고, 포럼 외적인 분야에만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메디컬부스와 도심관광, 대구 도시철도 3호선 시승 등이 그나마 외국 참가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지만 오히려 지역민들은 물포럼에 별다른 관심을 갖지 못했다.

대구시과 경북도민들은 물포럼 개막 직전까지도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하지 못했다. 포럼 내내 방문객이 줄을 이었지만 전시장 입장 전에 등록해야 한다는 사실도 몰랐다. 한 시민은 "전시는 1층에서 하는데 등록은 3층에서 해야 했다. 조직위의 사전 설명이 불충분했다"고 지적했다.

노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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