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장동민 '말실수' 어떻게 봐야 할까?

입력 2015-04-17 05:00:00

'막말 개그' 상종가…'막말'로 한방에 훅

#지상파·케이블·라디오 종횡무진

#팟캐스트 '여성 비하' 발언 공개

#MBC '무도' 새 멤버 캐스팅 무산

말 한마디에 사람이 죽고 산다고 했다. 최근 연예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말실수 논란'에 딱 맞아떨어지는 속담이다. 유희열이 콘서트 도중 장난스럽게 건넨 야한 농담 한마디로 곤욕을 치렀고, 장동민도 지난해 팟캐스트에서 내뱉은 여성비하 발언이 또 한 번 수면 위로 올라와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12년 김구라도 인터넷 방송 시절의 발언이 뒤늦게 논란을 부추겨 활동을 중단하고 자숙기간을 거쳤다. 2007년에는 윤종신이 생방송 라디오 진행 중 여성을 음식에 비유하는 말을 했다가 문제가 커져 공개사과했다. 2014년에는 박경림이 MBC FM4U '두 시의 데이트'를 진행하던 중 "민방위 훈련 때문에 20분 늦어졌다. 빼앗긴 20분은 누구에게 보상받아야 하냐"라는 멘트를 했다가 빗발치는 항의를 받았다. 상황이 어찌 됐든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는 연예인들인 만큼 한마디 말에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주워담지 못할 말 한마디로 힘들어진 케이스들을 '장동민 사태'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잘 나가다 과거 발언 한마디로 곤욕

최근 예능계에서 장동민의 주가는 연일 상승세였다. JTBC '속사정쌀롱' '나홀로 연애중' '크라임씬2'에 이어 새 예능 프로그램 '엄마가 보고 있다'에도 캐스팅된 상태다. KBS에서도 쿨FM '장동민 레이디제인의 2시!'를 진행하고 있으며 MBC 에브리원 '결혼 터는 남자들'과 tvN '코미디 빅리그'에서도 고정멤버로 활동 중이다.

앞서 지난해에는 유재석과 함께 KBS 2TV '나는 남자다'를 이끌고, 추리 예능 tvN '더 지니어스: 블랙가넷'에서 최종 우승하며 순발력과 재치가 뛰어난 예능인으로 주목받았다. 버럭 소리를 지르며 거침없이 독설을 내뱉고 분위기를 장악하는 '장동민식 웃음유발법'에 시청자들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고, 장동민은 예능계가 주목하는 '핫'한 인물로 떠올랐다.

이어 독보적인 팬층을 거느리고 있는 MBC '무한도전'의 새 멤버 뽑기 프로젝트에 유력한 후보로 지목돼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장동민으로선 국내에 또다시 나올 수 없을 거라 평가받는 '레전드급' 예능프로그램까지 섭렵할 기회를 얻게 된 셈. 충분히 욕심 날 만한 상황이지만, 예상치 못했던 '사건'에 휩싸이면서 기회는 무산됐다. 장동민이 '무한도전'의 새 멤버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돌면서 이에 거부감을 느낀 이들이 지난해 그가 유세윤'유상무와 함께 팟캐스트(파일 형식으로 온라인에 서비스되는 인터넷 방송의 일종)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를 진행하던 중 내뱉은 '막말'을 또 한차례 이슈화해 논란을 부추긴 것.

문제가 된 부분은 "여자들은 멍청해서 남자들에게 머리가 안 된다" 등 여성비하 발언, 그리고 자신의 코디네이터를 향해 육두문자와 함께 "진짜 죽여버리고 싶다" 등의 거친 말들이다. 그 외에도 각종 욕설과 '창녀' 등의 발언이 '방송에서 해선 안 될 말'로 꼽혔다.

팟캐스트에서의 발언들이 화제가 되면서 평소 방송에서 들려줬던 수위 높은 개그 또한 '문제적 발언'으로 지적당했다. 여자 패널에게 소리를 지르고, 부모님과의 에피소드를 적나라하게 공개하는 등 웃음을 자아내기 위해 했던 행동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장동민은 '핫한 예능인'에서 '자격 미달 방송인'으로 비난받았다.

온라인과 SNS에 장동민을 향한 공격성 글이 쇄도하자 결국 장동민은 공개사과에 이어 '무한도전' 식스맨 프로젝트 하차를 선언했다.

#"인성에 문제" 한쪽에선 자질론

#"과거 논란 이미 사과" 음모론도

#연예인 대중과 소통 적정 수위는?

◆어디까지 문제 삼아야 할까

이번 '장동민 사태'는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만한 사안이다. 먼저, 방송인으로서 장동민의 자질문제를 거론하며 인성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을 수 있다. 앞서 김구라가 인터넷 방송 시절 수많은 연예인과 유명인사들에게 수위 높은 육두문자를 날리고 사회문제를 편협한 시선으로 해석했다가 유명인이 되고 난 후 홍역을 치렀던 것처럼, 장동민 역시 '주목도가 높아진 만큼 자신이 뱉은 말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반대로 대중과 만나는 플랫폼의 성격에 따라 개그의 수위를 달리했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문제시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옹호론도 나올 수 있다. 지상파와 비지상파의 표현 수위가 다르고 인터넷 방송이나 공연장에서 꺼낼 수 있는 소재 역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센' 개그를 표방하며 시작한 팟캐스트에 일반 방송의 수위를 평가하는 잣대를 들이대는 게 적합하냐는 의문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나 이번에 문제가 된 방송의 내용은 이미 지난해에 한차례 논란이 돼 장동민 측의 사과로 마무리가 됐던 사안. 일찌감치 사과하고 양해를 구한 내용을 다시 끄집어내는 것 자체가 장동민을 향한 의도적인 공격이라는 점에서 이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게 '장동민의 방송인 자질논란'에 반해 나올 수 있는 또 다른 입장이다.

이에 덧붙여 '막말 개그'로 인기를 얻은 이에게 "그래선 안 된다"고 다그치기만 한다면, 과연 장동민이 향후에도 예능인으로서 승승장구할 수 있을까라는 노파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잘 나가는' 예능인이 기죽어 더 이상 웃기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게 아니다. 바로 어제까지 장동민의 '막말 개그'에 열광하던 대중이 한순간에 돌아서서 '원래 문제가 많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라고 비난하는 행동 역시 공감이 가지 않기에 꺼내본 말이다.

어찌 됐든, '내뱉은 말실수'에 대해서 장동민은 자유롭지 못하다. 수직상승의 기세가 꺾일 만큼 위기를 맞았으니 이번 사태로 자신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게 맞다. 부모까지 비하하며 개그의 소재로 사용하던 과감함은 다시 보여줄 수 없을지라도 또 다른 형식의 '거침없음'을 드러낼 수 있도록 스스로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원래 그랬던 사람'이고 '그래서 인기를 얻은 것'도 맞지만 '내가 그런 사람이니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고 말할 순 없는 노릇이다. '일대일 연애'가 아닌 대중과의 소통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 한 번 관점을 바꿔 생각해보자. 결과적으로 연예인의 자극적인 발언과 행동은 이를 원하는 대중의 수요에 따라나온다. 과한 비유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록 콘서트 현장에서, 힙합 가수들의 공연장에서 해당 아티스트의 욕설과 과감한 퍼포먼스에 관객이 열광하는 것과 유사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수요자가 있으니 생산자가 있다는 말이다.

단, 이런 행동과 발언을 불특정 다수가 접할 수 있는 방송에서 보여줄 때는 적절한 수위에 대해 고민해야만 한다. 발언하는 이의 이미지와 주어진 무대 및 방송의 성격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성적인 농담을 수시로 꺼내면서도 대중을 유쾌하게 만드는 신동엽이 있고,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말 한마디로 추락하는 이도 있다. 대중이 원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적절히 고려해 소화할 수 있을 만한 수위를 찾아내야 한다.

이달 초 '감성변태'라는 별명과 함께 방송에서 적당한 음담패설까지 거뜬히 소화하던 유희열이 자신의 콘서트 현장에서 꺼낸 야한 농담 한마디로 잠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여성 팬들에게 "공연할 때 힘을 받을 수 있게 다리를 벌려달라. 마음을 열고 음악을 들으란 뜻"이라는 멘트를 날렸던 게 화근이 됐다. 팬들과 교감하기 위해 편하게 던진 말이었고 현장에서 이 말이 수치심을 느낄 만한 음담패설로 들리진 않았다는 게 대다수의 의견.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이 말에 기분 나빴다는 이들이 있어 유희열을 난감하게 만들었다.

SNS 등 온라인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지면서 이제는 일반인도 과거 언론이 하던 '고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게 됐다. 그러다 보니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들까지 이슈화되곤 한다. 대중의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시켜야 하는 연예인의 입장에선 특히나 어려운 문제다. 아무나 접근하지 못하는 수위에 적절히 접근해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선에서 소화해야겠지만 '조절'이 쉽진 않다. 비도덕적인 정치인이 판을 치고 그들이 '모르쇠'로 일관하는데 왜 연예인만 말실수에 책임져야 하냐고 열을 올리는 이들도 있다. 어떻게 보면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연예인이란 직업을 가진 이들이 감당해야만 하는 '짐'이다.

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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