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전 의원 처음엔 자발적 제공했을 듯
나중엔 현금지급기로 생각됐을 가능성
정치자금 받는 사람이 열 배 백 배 나빠
3년차 朴정부 '제2의 차떼기' 극복할까
성완종 전 국회의원의 비극적 죽음으로 인해 박근혜 정권이 흔들거리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시작부터 인사 참사, 국정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 의혹, 세월호 참사, 정윤회 사건 등으로 제대로 굴러가지 못했는데, 이번 사건은 그 파장이 가장 클 것으로 우려된다. 무엇보다 이로 인해 국무총리와 비서실장 교체 후 다소 안정되어 가던 박근혜정부가 또다시 흔들린다면 국정수행의 기반이 상실되지 않을까 한다.
성완종 전 의원이 150억원에 달하는 정치자금을 뿌렸다고 하는데, 만일에 그것이 검찰 수사 결과로 확인된다면 정치권은 초토화되고 말 것이다. 특히 성 전 의원은 기본적으로 '친박'이기 때문에 현 정권을 뒷받침하고 있는 그룹은 치명타를 당하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재 풀이 워낙 협소하기 때문에 박 대통령은 정부를 다시 구성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면 공무원연금 개혁이고 뭐고 간에 이 정부는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성 전 의원은 자신이 운영하는 장학재단 활동 때문에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1심 재판부는 장학재단의 기부행위가 의례적인 것이라고 무죄판결을 내렸는데, 항소심은 이를 번복하고 유죄판결을 내렸고,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을 인정했다. 이 판결은 법리적으로 논란이 있을 수 있는 것이라서 성 전 의원은 이에 대해 불만을 피력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아마도 자신이 국회의원이고 돈이 많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두터운 기득권층에 의해 홀대당하고 있다고 느꼈을 수 있다. 그가 그토록 국회의원이 되기를 원했던 것도 그런 정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성 전 의원이 한 신문사에 남긴 녹취록과 아직 공개되지 않은 유언장, 그리고 남아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회계장부와 비망록, 그의 측근들 진술은 메가톤급 규모의 핵폭탄이 될 수 있다. 이토록 국민적 의혹은 커가기만 하는데, 검찰이 적당히 꼬리를 자르는 식으로 수사를 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만일에 검찰이 새로운 내용이 없다면서 유야무야한다면 이미 국민적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검찰은 천 길 나락으로 추락하고 말 것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국민들의 뇌리에 이번 사건은 '제2의 차떼기 사건'으로 각인되어 가고 있다.
전방위적으로 정치권 인사들과 유대관계를 맺고 또 이런저런 목적으로 회삿돈을 정치권에 뿌린 성 전 의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가 검찰 수사 끝에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관심이 주어져야 한다. 사실 검찰 수사 도중 자살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우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마지막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현 정권 들어서는 이른바 정윤회 문건에 관한 수사과정에서 한 경찰관이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억대 고급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보도에 특히 절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런 잘못된 보도의 원천이 어디였나는 최근에 밝혀졌다. 성 전 회장은 자신이 'MB맨'으로 보도되면서 마치 자원외교 비리의 몸통인 것처럼 비치는 데 대해 특히 억울해하고 분노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성 전 의원을 'MB맨'으로 지칭하게 된 근원이 어디였나를 밝혀내야 할 것이다. 만일 이 역시 수사기관에서 나온 명칭이라면 여론몰이 수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성 전 의원은 이른바 친박 핵심 인물들이 '신뢰'가 없다고 녹취록에서 몇 번이나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신뢰'가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물심양면으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힘을 다했는데 자신을 표적수사 대상으로 삼은 데 대해 배신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주장이 진실로 밝혀진다면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현 정권을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살포한 것이 되기에 비록 그는 이 세상에 없더라도 불법을 저질렀다는 오명을 벗기 어렵다. 그러나 불법적 정치자금은 주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열 배 백 배 나쁘다. 처음에 성 전 의원은 사업을 확장하고 또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자발적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정치인들이 그를 마치 현금자동지급기처럼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박근혜정부가 '성완종 파문'을 극복하고 국정을 끌고나갈 수 있을지, 정말 앞이 안 보인다.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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