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계물포럼 조직위가 공개 사과해야 할 사고

입력 2015-04-16 05:00:00

지난 13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경북 세계물포럼 개막식 퍼포먼스에서 자격루 구조물이 넘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이 밧줄을 당기면 항아리에서 물이 쏟아지게 돼 있었지만, 모형 구조물이 아예 넘어진 것이다. 이 사고로 잔치가 되어야 할 개막식장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포털사이트 등에서는 대구시의 준비 소홀을 꾸짖는 글이 잇따랐으며, 과거 사고와 덧붙여져서 조롱거리가 됐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번 행사는 대구경북에서 열리기만 했을 뿐 모든 진행은 정부(국토교통부)와 조직위원회 책임이다. 개막식과 의전부터 모든 것이 일방적이어서 대구시와 경북도가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개최지인데도 지방이라는 이유로 모든 의사 결정에서 제외한 것이다. 이번에 사고를 낸 국제회의용역업체(PCO)도 국토교통부가 용역을 줬다. 특히 이 업체는 이번 행사의 전초격인 2013년 세계물포럼킥오프회의도 맡았으나 준비 부실로 비난을 받았다. 그런데도 국토교통부는 대구경북과는 전혀 논의도 없이 또 이 업체에 맡겼다. 이 과정에서 전 국회의원의 부인이 업체 공동대표라는 의혹도 나왔다.

조직위는 일단 대회를 마친 뒤에 공식적으로 해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단순한 해명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 이번 사건으로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와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등 굵직한 세계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 구축한 대구의 도시 이미지가 크게 추락했다. 이를 회복하려면 대구시는 수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그냥 웃어넘길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었던 셈이다.

국토교통부와 조직위는 업체 선정과정부터 행사 진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과를 낱낱이 밝혀 공개해야 한다. 행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는 것이 증명된 업체가 어떻게 또 선정됐는지를 밝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이에 따른 책임자 처벌은 말할 것도 없다. 또한, 국토교통부와 조직위는 미숙한 행사 진행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대구시와 대구시민에게 공개 사과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 행사라는 이유로 개최 시도를 무시하는 행태는 확실하게 바꿔야 제2, 제3의 사고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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