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월호 참사가 남긴 과제

입력 2015-04-16 05:00:00

온 국민의 가슴을 그토록 아프게 했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되었다. 세월호 참사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재난사고 중에서 가장 참혹한 사건으로 여겨진다. 이 사고에서 나타난 안전관리 실패의 구조적 원인은 국가 위기관리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안전점검 및 관리의 구조적 문제, 사고 초기 선장과 선원의 무책임한 대응, 긴급구조 과정에서 시스템의 오류와 컨트롤 타워의 부재 등이 노출됐다. 또한 이미 과거에 발생한 재난사고로부터 사회적 학습을 통하여 위기관리의 오류를 수정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점이 나타났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대한민국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큰 틀에서 국가 위기관리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우리 정부는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국민안전처를 신설하였다. 국민안전처는 안전행정부의 안전관리본부, 소방방재청, 해양경찰청이 합쳐져서 구성된 조직이다. 차관급 인사가 3명, 소속 정원 1만여 명의 거대 조직이다. 이른바 '한지붕 세 가족'이라고 하는 이질적인 내부조직을 결집하여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물리적인 통합을 넘어 상호 간의 신뢰 속에서 명확한 목표, 역할 및 방향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둘째, 효율적인 국가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과 민간 부문의 참여를 촉진시켜 지역사회의 총체적인 위기관리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즉 정부주도형 위기관리 시스템이 아닌 성숙한 안전문화의식을 정착시키고, 자율적인 민간참여를 기반으로 한 국가 전체적인 협력적 위기관리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위기가 발생할 조짐이 보이거나 실제로 발생한 경우, 각종 대응노력들이 관계기관이나 지역주민과의 밀접한 연계와 협력하에서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사전에 충분한 준비와 훈련이 필요하다.

셋째, 재난현장의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고, 재난의 일차적인 책임을 지닌 지방자치단체의 역량강화가 요구된다. 현장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재난 관련 부서는 기피부서로 인식된다. 따라서 제대로 된 재난학습 효과를 기대하기에 무리가 따르며, 지방자치단체장의 인기위주 예산책정으로 인하여 재난 및 위기에 대한 예방 비용을 적게 투입하고 있다. 향후 지방자치단체의 재난관리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부서 간 임무와 역할에 대해 명확한 정의 수립이 필요하고, 재난담당 공무원에 대한 사기진작과 적절한 교육훈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재난관리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예산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사고들을 긍정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가 위험에 대한 사회적 학습을 획기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는 귀중한 기회로 볼 수 있다. 최소한 경제적 발전 정도에 상응하는 수준의 안전한 삶을 영위하고자 한다면 이제 사회적 여유분에 관심을 돌려야 할 때가 되었다. 국민의 '안전'을 중시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압축적 근대화 과정에서 안전문제를 소홀하게 생각해 왔다. 차제에 국가위기관리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국가와 국민안전에 있어서는 여당과 야당 간의 정쟁이 있을 수 없고, 수천 개의 국가정책과제 중 최우선과제로 집행돼야 한다. 효과적인 위기관리 정책은 다양한 수준과 측면에서의 접근 방법, 그리고 다양한 전략과 전술, 매뉴얼 작성 등을 포함한 위기관리 역량을 강화시키는 심도 있는 연구와 학습으로부터 나온다. "지금 당장 위기에 대비하지 않으면, 확실히 다음에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박동균 대구한의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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