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꽃할배들 왕년에는 '꽃미남들'

입력 2015-04-14 05:00:00

다시 뭉친 '꽃할배 4인방'

나영석 PD의 '꽃보다 할배'(이하 꽃할배)가 새 시즌을 시작하면서 또 한 차례 인기몰이 중이다. 3월 27일 전파를 탄 이래 10%대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 아이돌스타보다 더 바쁜 스케줄을 자랑하는 꽃할배 4인방이 고스란히 합류했고, 여기에 '짐꾼' 이서진과 최지우를 나란히 카메라 앞에 세워 또 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새 인물 최지우를 투입해 인물 간 구도에 변화를 주고 있지만 꽃할배라는 콘텐츠의 주 무기는 역시 여행길에 나선 원로배우들의 좌충우돌과 그들이 주고받는 '사는 이야기', 그리고 '살아온 이야기'다. 나이와 무관하게 출연 섭외가 끊이지 않고 후배들의 존경까지 받고 있는 '잘나가는' 원로배우 이순재'신구'박근형'백일섭의 지나온 발자취를 돌아봤다.

▶이순재-지성미 돋보이는 연기파

1934년생으로 올해 81살이 됐다. 그런데도 꽃할배 촬영차 떠난 해외에서 항상 앞장서 걸으며 젊은이들까지 혀를 내두를 만한 체력을 자랑해 눈길을 끈다.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의 무대에 오르면서 정식 데뷔했다. 이어 1961년 KBS 개국작 '나도 인간이 되련다'에 출연하며 안방극장에 얼굴을 알렸으며 이후 TBC 동양방송 공채 1기 탤런트가 됐다. 캐릭터 해석 및 소화능력이 탁월했으며 지적이고 매력적인 마스크로 어필했다. 또한, 영화계로 진출해 '종점' '막차로 온 손님들' 등의 작품을 내놓기도 했다.

1991년에는 김수현 작가가 집필한 MBC 주말극 '사랑이 뭐길래'에서 고집불통 구두쇠 영감 '대발이 아버지'를 연기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해학미 넘치는 코믹 연기로 웃음을 줘 이 드라마의 인기를 이끈 일등공신이란 말을 들었다. 이후로도 김수현 작가는 이순재의 연기를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로 꼽으며 다수의 작품에서 함께했다. 이순재의 이력에서 눈길을 끄는 특이사항은 정치활동이다. 사랑이 뭐길래로 얻은 주목도를 기반으로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으며 이후 다시 연기를 하기 위해 출마를 포기하고 방송계로 돌아왔다.

2006년에는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파격적인 코믹 연기로 '야동순재'라는 별명까지 얻고 인기몰이를 했다. 이후로도 화제작에 꾸준히 출연하며 젊은 연기자들의 멘토로 자리 잡았다.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 석좌교수로 출강하고 있고, 드라마계의 잘못된 관행 등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지적하며 위엄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신구-국내 독보적 성격파 배우

1936년생으로 성균관대학교 국문학과를 중퇴하고 한국연극아카데미를 거쳐 1962년 연극 '소'를 통해 배우로 데뷔했다. '나도 인간이 되련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등의 무대에 올라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을 수상하고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동했다. 연극계에 데뷔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남부러울 것 없는 위치까지 올랐다. 하지만 그 당시 다른 연기자와 마찬가지로 수입이 적어 방송활동을 겸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리고 1969년 KBS 특채 탤런트로 드라마 출연을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리게 해준 작품은 1972년 전파를 탄 드라마 '허생전'. 이 작품을 계기로 유명해졌고 '이춘풍전'에서 타이틀롤을, '야간비행'에서도 북측 공작원을 연기하는 등 주요 배역을 따낼 수 있었다.

젊은 시절에는 눈매가 날카로워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일도 많았다. 간첩 또는 방탕한 인물이나 파계승 등을 연기하기도 했다. 이후 20대 후반이 되면서 작품 속에서 아버지 역을 소화하며 서민적인 가장의 이미지를 가지게 됐다. 해학과 페이소스가 깃든 표정으로 캐릭터의 특징을 정확하게 살려내며 독보적인 성격파 배우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KBS2 TV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에 고정출연하며 "4주 후에 뵙겠습니다"라는 유행어를 남겼고 2000년대에 들어서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 출연하며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2002년에는 롯데리아 CF에서 "니들이 게맛을 알아?"라는 한 줄짜리 대사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드라마로 인기배우가 된 후에도 꾸준히 연극 무대에 오르며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박근형-외모'연기력 갖춘 탁월남

꽃할배 4인방 중 가장 훤칠한 키에 뚜렷한 마스크를 가진 인물이다. 알 파치노를 연상시키는 강한 눈빛과 표정, 중저음의 목소리가 인상적인 배우. 꽃할배가 전파를 탄 후 장동건과 흡사한 젊은 시절 모습이 공개돼 새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잘생긴 외모만큼이나 소싯적에는 멜로 드라마에서 매력적인 나쁜 남자를 연기하는 일이 잦았다. 최근 꽃할배에서는 아내 생각에 여념이 없는 로맨티스트의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끈다.

박근형이 연기에 눈을 뜬 건 휘문고등학교 재학시절이다. 연극반이 유명한 이 학교에서 자연스레 연기에 눈을 돌리게 됐고 이후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해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다. 이어 1959년 연극 '꽃잎을 먹고 사는 기관차'로 데뷔했다.

연극 무대 활동을 이어나가던 중 1963년 KBS 공채 탤런트 3기로 들어가 드라마에 출연하며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1968년 '지하실의 칠인'으로 스크린까지 활동 폭을 넓혔으며 이 시기부터 각 방송사를 오가며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이즈음 역량을 인정받으며 각종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1968년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1974년에는 '이중섭'으로 대종상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1979년에는 '망명의 늪'으로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중견배우가 된 후에도 수상 퍼레이드는 그치지 않았다. 1991년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로 대종상영화제 남우조연상을 거머쥐었고, 1996년에도 드라마 '형제의 강'으로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 수상자가 됐다. 최근 개봉된 강제규 감독의 영화 '장수상회'에 주연 배우로 출연했다.

▶백일섭-남성적 매력 돋보이는 터프남

1965년 KBS 공채 5기 탤런트로 연기활동을 시작했다. 이어 1969년 즈음에 이르러 여러 방송사의 드라마에서 주요 배역을 따내며 인지도를 높였다. 1981년 MBC 일일연속극 '길', 같은 해에 KBS '대명'과 '포도대장' 등 히트작을 연이어 내놓으며 인기배우가 됐다.

60년대 말부터 70년대 후반까지는 스크린에서도 왕성하게 활동했다. 1974년에 '별들의 고향' '아빠하고 나하고' '죽어서 말하는 여인' '달래' 등 4편을 극장에 걸었고, 이듬해 '망나니' '바보 용칠이' '소' '삼포 가는 길' 등 지금까지 영화사에 회자되고 있는 작품을 내놨다.

특히 변장호 감독의 '망나니'는 그해 11회 백상예술대상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하고 백일섭에게 연기상을 안겨주기도 했다. 백일섭은 사형수의 목을 치는 망나니를 연기했다. 천한 신분으로 양반 가문의 딸을 흠모하다 결국 죽음을 맞게 되는 인물. 젊은 시절 백일섭이 남성미를 전면에 부각시키며 열연해 호평받았다.

이만희 감독의 '삼포 가는 길' 역시 영화사에 빠짐없이 거론되는 명작이다. 이 작품에서 백일섭은 젊은 노동자를 연기하며 거친 매력을 발산했다. 1980년에 발표된 영화 '팔불출'에서는 힘 세고 순수한 머슴 팔불출을 연기했다. 이 작품이 호응을 얻어 이후 '풍운아 팔불출' 등 후속 시리즈가 나오기도 했다. 기운 세고 남성적인, 그러면서도 순수한 면이 살아있는 캐릭터가 당시 백일섭이 주로 연기했던 캐릭터다.

중견배우가 된 후 TV 드라마에서 아버지 역할을 주로 맡았고 1992년에는 드라마 '아들과 딸'에서 '홍도야 우지 마라'를 다시 한 번 히트곡으로 부각시키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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