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통신] 시간만 허비한 행정

입력 2015-04-10 05:00:00

세종특별자치시의 행정구역은 1개 읍과 9개 면, 14개의 법정동으로 이뤄져 있다. 면적은 서울의 4분의 3가량이다.

세종시 중앙에는 경기도 분당의 4배 크기인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원형으로 자리 잡고 있다. 36개 행정기관과 16개 국책연구기관이 밀집한 곳으로 3개 면 14개 법정동이 포함돼 있다. 이 지역이 흔히 우리가 말하는 세종시인 셈이다.

3년 전, 세종시에는 동 이름을 두고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14개 동 가운데 한 곳의 이름을 놓고 세종시와 세종시의회가 2년간 지루한 힘겨루기를 했기 때문이다.

내용은 이렇다.

세종시 14개 동 가운데 '도담동'이란 곳이 있다. 1414년 조선시대 때부터 '방축골'로 불렸던 곳이다. '방축'(方丑)은 '소가 들어 있는 방향'이라는 뜻이다. 뒷산은 황우산(黃牛山)이 감싸고 있고, 소 목에 거는 도래같이 생긴 모양의 도래마을, 외양간 관대를 이르는 관대마을도 방축동에 있다.

이 이름을 세종시출범준비단이 '도담동'으로 바꿨다. 새로 입주할 도담동 주민들이 부르기 쉽지 않고 어감상 촌스러운 '방축동'보다 '도담동'을 원한다는 민원을 시의회와 시청에 건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주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유서 깊은 지역명을 뜻도 모르는 이름으로 갑자기 바꾼 것을 비토했다.

시의회는 다시 방축동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명칭변경 조례안'을 통과시키고 의결사항 집행기관인 세종시로 넘겼다.

그러나 당시 유한식 세종시장은 의회 결정을 따르지 않았고, 거부권을 행사해 결국 시의회 의결사항을 무산시켰다. 원주민의 표심을 의식한 시의회와 유입 인구 표심까지 고려해야 했던 시장 간의 차기 지방선거 밥그릇 싸움이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2년이란 시간만 훌쩍 지나가 버렸다. 그 기간 동안 학교, 관공서 등의 오픈 시기는 늦어지고 말았다. 지금도 14개 동 가운데 유입 인구나 학생 수가 가장 적은 동이 바로 도담동이다.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최근까지 정부가 추진해 온 정책들을 흥행 영화에 빗대자면 100만에서 200만 관객이 든 영화는 돼 보인다"며 "하지만 국민들은 1천만 명 이상 흥행시킨 국제시장 같은 정책을 원한다"고 말했다. 모든 정책이 소소하게 성공을 거두고는 있으나 이른바 '대박' 난 정책이 없어 공무원들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세종시의 지루한 명칭 논쟁을 보면서, 시간만 허비하는 행정력으로는 결코 '대박' 나는 정책이 나올 수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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