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삼성이 잘 되어야 하는 이유

입력 2015-04-08 05:00:00

과연 삼성이었다. '국대'(국가대표) 기업다운 부활이었다. 7일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이 6조원(5조9천억원)에 육박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지난해 3분기 4조원(4조600억원)으로 떨어진 것을 반 년 만에 완연한 회복세로 돌려놓은 것이다. 2분기에는 갤럭시S6 돌풍을 몰아서 8조원대를 예상한다고 한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삼성의 시대', '갤럭시의 시대'가 위기를 맞았다는 비관론이 비등할 때는 우리 국민들도 불안했다. 삼성이 장사를 잘한다고, 삼성 임직원들이 왕대박 보너스 잔치를 한다고 해도 부스러기 뭐 하나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삼성이 흔들린다는 소식을 대한민국 경제의 적신호로 받아들여 온 국민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통계수치를 보면 삼성과 대한민국은 이제 불가분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은 200조원을 넘어섰다. 2013년보다 줄어든 수치다. 그래도 국내총생산(GDP) 1천400조원의 13%를 훌쩍 뛰어넘는 점유율이다. 삼성그룹 전체로는 매출이 300조원을 넘어섰으니 20%보다도 많다. 삼성이 흔들리면 대한민국이 흔들리는 것은 당연지사라는 게 국민정서가 됐다. 애플이나 샤오미 등과의 경쟁에 대한 뉴스가 나오면 올림픽 경기를 보는 마음으로 '국가대표' 삼성을 응원한다. 삼성의 응원군이 되는 것은 국민된 도리라고까지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삼성의 출발지가 대구경북이다. 삼성그룹의 모태가 1938년 대구 중구 인교동에 문을 연 삼성상회였고, 삼성의 모태가 된 제일모직과 제일합섬, 삼성물산 등 주요 계열사의 뿌리 역시 대구였다. 지금도 삼성상회 터는 문화재처럼 보존하고 있는 대구다. 또 삼성그룹 그 자체인 삼성전자의 시작과 성장의 배경은 구미였다. 대구경북 사람들이 생각하는 삼성은 그래서 남다르다. 더구나 대구에는 1등 삼성 라이온즈가 있다. 대구경북 사람들 눈에는 삼성이 1등을 하지 못하면 오히려 이상하다.

그런 삼성이 대구와 경북에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문을 연다. 내로라하는 대한민국 대표기업이 모두 나서서 만드는 '1 지방자치단체-1 기업'의 조합이지만 삼성만 대구와 경북에 두 곳을 연다. 이것만 봐도 1등 삼성은 다른 기업과 다르다. 그 연장선상에서 지난 2월에는 대구-삼성 창조경제단지 기공식도 가졌다. 옛 제일모직 터에 삼성 벤처타운을 만드는 것이다. 인접한 대구 오페라하우스도 삼성의 돈으로 지은 것이다. 그야말로 이 동네는 삼성타운으로 탈바꿈한다. 여기에서 삼성은 '미생'의 벤처기업들에 자본과 기술 그리고 삼성의 브랜드를 지원한다. 그들에게는 돈도 돈이지만 그보다 '삼성' 두 글자가 더 반갑다. '삼성' 만으로도 이들 벤처기업들에는 더할 나위 없이 큰 선물이다. 전 세계에서 통하는 1등 삼성이기 때문이다. 수천 개의 사업 아이디어가 이곳으로 몰려드는 이유도 바로 '삼성'이라는 두 글자가 있어서다.

삼성에 열광하는 건 대구경북 사람들이 더하다. 그동안 삼성이 경기도 수원과 평택에 몇조원 단위의 투자계획을 쏟아낸 것에 비하면 '새 발의 피'밖에 안 되는 돈이라는데도 말이다. 대구만 놓고 보면 9천억원도 아니라 900억원밖에 안 되는 돈이다. 1등 기업 삼성에는 걸맞지 않은데도 환영 일색이다.

대구에는 삼성 라이온즈 홈구장이 있다는 것 말고는 변변한 삼성 계열사 하나 없다. 대신 삼성의 역사와 정신이 있다. 그래서 삼성하면 대구라는 게 이곳 사람들 생각이다. 명분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전통 때문이다. 어마어마한 경기도의 삼성 산업단지를 보면서 서운할 법도 하지만, 그래도 삼성은 대구경북기업이라고 여기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게 이곳 사람들의 본심이다. 대구경북에 삼성의 뿌리가 있고 삼성의 정신이 이곳에 면면히 흐르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대구와 경북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전국 1등이 되어야 하고, 대구-삼성 창조경제단지가 성공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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